하나로텔레콤이 두루넷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두루넷 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15일 데이콤-메릴린치 컨소시엄보다 높은 가격을 써낸 하나로텔레콤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로텔레콤이 두루넷을 인수하면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KT와 하나로텔레콤의 양강구도로 재편된다. 데이콤은 두루넷 인수에 실패하면 파워콤 LG텔레콤 등 LG그룹 통신계열사들과 함께 새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가격 얼마나 될까 이번 입찰에서 하나로텔레콤은 4천9백억원 안팎을 써내 데이콤-메릴린치 컨소시엄(4천5백억원 가량)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로텔레콤이 두루넷 인수에 대한 더 강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 그러나 이번 인수가격은 다소 비싸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전문가들은 두루넷 인수자금이 5천억원을 넘을 경우 가격이 너무 비싸 인수 메리트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인수가격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하나로텔레콤은 인수가액의 5%를 이행보증금으로 내고 상세실사 등을 거쳐 내년 1월 중순께 본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두원수 하나로텔레콤 상무는 "구체적으로 얼마를 제시했는지 밝힐 수는 없다"면서 "오는 23일부터 내년 1월5일까지 진행되는 세부실사(2차 실사) 후 인수가격이 최종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초고속인터넷 양강 구도로 두루넷은 지난 11월말 현재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1백29만여명으로 10.9%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하나포스' 가입자 2백77만여명을 확보하고 있는 하나로텔레콤이 이 가입자를 넘겨받으면 가입자는 4백6만여명,시장점유율은 34.3%에 달한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절대강자인 KT(6백6만여명,51.1%)와의 격차가 크게 좁혀져 양강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서정식 하나로텔레콤 경영전략실장은 "두루넷을 인수하고 나면 가입자 늘리기보다는 방송·전화·인터넷을 결합한 트리플 플레이 서비스(TPS) 등 서비스·품질 경쟁을 벌이면서 가입자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석 KT 초고속인터넷팀장도 "양강구도가 형성되면 시장질서가 현재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LG 통신사들의 활로 모색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사업을 포기하면서까지 두루넷 인수에 총력을 모았던 데이콤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데이콤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19만명의 가입자로 1.7%의 미미한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두루넷을 인수해 가입자 기반을 확보하려던 계획이 무산되면 대안이 필요해진다. 전문가들은 데이콤이 자회사인 파워콤과 손잡고 가정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와의 제휴 및 협력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콤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민우 부사장은 "우선 데이콤을 튼튼하게 만들고 난 다음 그룹측과 협의해 내년 상반기쯤 보다 큰 그림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모종의 대책을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