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성장전망 낮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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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한국은행과 KDI(한국개발연구원) 등이 최근 내놓은 내년 성장률 전망에 대해 볼멘소리를 했다.
15일 동북아금융허브 1주년 기념세미나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주요 기관들이 성장률 전망 낮추기 경쟁을 하는 것 같다" "전망 보고서를 보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두 기관이 약속이나 한 듯 내년 성장률을 정부 목표치인 5%에 훨씬 못미치는 4%로 내놓은 데 대한 서운함을 감추지 않은 것.
내년에 재정과 금융을 '올인'해서라도 성장률을 높여보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 부총리에게 중앙은행과 간판 국책 연구기관이 '해도 안될 것'이란 요지의 전망보고서를 내놓은 셈이니 맥이 빠질 법도 하다.
이 부총리는 연기금을 활용한 내년 종합투자계획과 관련해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일격을 당하고,부동산시장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 검토했던 1가구 3주택 양도세 중과시기 연기 방안도 청와대로부터 제동이 걸리는 등 '악전고투'를 계속하고 있는 터다.
이런 열악한 정책환경을 감안하더라도,이 부총리의 연구기관들에 대한 불만 표시는 성급한 것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각 연구기관들의 전망을 비판하기에 앞서 그 내용을 차분히 살펴봐야 하는 것 아니었느냐는 얘기다.
보고서가 나온지 하루만에 민감한 반응을 보임으로써 초조함만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와 견해를 달리한다고 해서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또다른 관치(官治)'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부총리는 지난 8월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년 성장률을 3.7%로 내다본데 대해서도 "민간 연구소는 비관적인 요소를 강조하게 마련"이라고 폄하하기까지 했다.
전문인력을 갖춘 대형 연구기관들이 수개월간 연구해 그 결과를 내놨다면 찬찬히 따져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까를 연구하는 것이 경제 사령탑이 할 일이 아닐까 싶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