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아트 공장은 연건평 1천1백평 규모에 2층 복합식 건물로 지어졌다. 1층에서는 북한근로자 1백여명이 스테인리스 철판을 자르고 가공하고 특수처리해 냄비를 성형하는 공정을 담당하고,2층에서는 70여명이 최종 생산라인에서 포장작업을 하고 있었다. 북한 근로자들은 작업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듯 다소 긴장된 모습이었으나 일에 대한 의욕은 넘쳐 보였다. 밀링가공과정에서 일하는 장봉엽씨(35)는 "지난 1일부터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며 "이전에 비슷한 작업을 한 경험이 있어서 일 자체가 그리 힘들지는 않다"고 말했다. 공장라인 곳곳에 여성 근로자들도 눈에 띄었다. 밀링처리과정에서 일하고 있는 한 여성근로자는 "냄비 바닥에 알루미늄 가루를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아직 기계조작이 서툴지만 말이 통하는 만큼 일 배우기가 쉽다"고 말했다. 사무직으로 일하는 리혜련씨(18)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서관에서 2년간 일하다 이 곳에 채용됐다"며 "개성공단에서 처음으로 가동하는 공장에서 일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리씨는 "마치 남이 아니라 부모형제와 일하는 기분"이라며 "남북한 인민들이 함께 힘을 합해 제품을 만들다 보면 민족통일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영출 리빙아트 공장장은 현재 2백55명의 북한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으며 이중 50명이 여성이라고 밝혔다. 유 공장장은 "북한 근로자들은 대부분 초보들로 아직까지 생산성면에서 남한 숙련공의 30% 수준이지만 외국인 근로자에 비해 작업이해도가 빨라 곧 노동생산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장 가동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전력 통신 등 기초인프라가 미비한 점을 들었다. 유 공장장은 "전력이 공급되지 않아 현재 경유가 들어가는 발전기를 돌려 공장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석철 리빙아트 회장은 "근로자들의 숙련도가 높아지고 설비가 완전 가동되면 생산비용이 이전보다 20% 이상 절감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낮 12시15분께 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첫 출하됐다. 리빙아트 냄비 1천세트가 현대아산측이 제공한 8t트럭에 실려 서울로 향했다. 시범단지에는 현재 리빙아트 공장 바로 인근에 있는 신원을 비롯 에스제이테크 삼덕통상 등 3개 회사의 공장이 외형마감공사를 마치고 내부 설비라인 설치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 3개 공장은 연내에 시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부천공업 태성산업 매직마이크로 호산에이스 등도 공장건설에 들어갔으며 나머지 7개 기업도 내년 초 착공한다. 시범단지를 포함하는 개성공단 1단계 공단지역에는 1백만평의 부지조성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토지공사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에 이 지역에 입주할 업체 2백50∼3백개사를 모집할 예정"이라며 "현재까지 입주의향 신청업체만 1천8백여개사에 달해 10 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6시.개성공단에서 갓 실려온 냄비세트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8층 특설매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 매장에는 60∼70대 할아버지들이 많이 몰려 눈길을 끌었다. 평남 중화군 출신인 신동운씨(74)는 "고향에서 생산된 제품이어서 꼭 사가고 싶어 두시간 전부터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냄비에는 리빙아트 제품이라는 표시 외에 북한에서 제조됐다는 표시는 없었다. 그러나 포장박스에는 '원산지:북한 개성공업지구,제조원:리빙아트 개성공장,주소:개성시 봉동리 1-14'란 레이블이 붙여져 있었다. 개성=송태형·서울=장규호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