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부동산시장은 사상 유례가 없던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정책이 잇따라 시행되면서 전반적으로 침체를 면치 못했다.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은 주택거래신고제와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등의 조치로 된서리를 맞았고 그 여파는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따라 하반기들어 분양시장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미분양아파트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공급도 점차 줄어들고있어 향후 2∼3년뒤의 수급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있다. 스피드뱅크 안명숙 소장은 "내년에도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시행을 두고 혼선을 빚던 정책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하반기 이후에는 점차 시장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아파트값 외환위기 이후 첫 하락 올해 아파트시장은 최근 몇년간의 급등세를 뒤로 하고 강남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깊은 침체에 빠졌다. 지난 10.29 대책 직후 급락에 따른 반등과 `시티파크'로 대변되는 주상복합아파트의 청약과열현상이 일부 있었으나 지난 4월 주택거래신고제가 도입된 후 줄곧 하향 안정세를 걷고있다. 전세값은 크게 떨어지면서 지난해에 이어 2년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유니에셋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1월2∼12월10일) 서울·수도권 매매가 변동률은 서울 -0.4%,신도시 -0.4%,경기 -2.1%등을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상승세를 주도했던 강남,송파,강동구에 대한 집중적인 규제로 한강이남지역(-1.1%)이 한강이북지역(2.1%)에 비해 하락폭이 컸다. 신도시도 산본(-2.3%) 평촌·분당(-1.0%) 중동(-0.2%)이 일제히 하락했다. 약세장을 면치못하고있다. 지역별로는 충청권은 가장 심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여줬다. 올초부터 나홀로 인기를 끌었던 충청권 아파트시장은 위헌결정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 10월 이후 올들어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이고있다. ◆재건축아파트 하락세 두드러져 재건축시장은 10.29대책 이후 힘 한번 써보지 못한채 올 한해를 마감하게됐다. 스피드뱅크 조사에 따르면 10.29대책 이후 수도권지역의 아파트는 평균 4.7% 하락했다. 서울에서는 강남구(-6.69%) 강동구(-6.18%) 송파구(-2.07%)의 하락폭이 컸으며 경기도에서는 과천시(-9.23%) 광명시(-9.79%) 수원시(-10.17%)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2.35%)에 비해 경기도(-7.09%) 재건축단지들의 낙폭이 훨씬 컸다. 재건축아파트는 개발이익환수제 시행을 앞두고있는 내년 전망도 어둡다. 소형평형 의무화와 임대아파트의무배치라는 이중고에 여전히 힘든 한해를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전망이다. ◆신규 분양시장은 온탕냉탕 분양시장은 정부의 규제로 온탕과 냉탕을 오간 한 해였다. 올초까지 전매가 가능한 신규 단지에 전매를 노린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청약광풍'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과열을 빚었다. 당첨과 함께 수억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된 '시티파크'가 청약열풍을 주도한 가운데 강남권 재건축단지에도 실수요자와 투자수요자들이 꾸준히 몰리면서 열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하반기들어 전매제한조치가 효과를 발휘하면서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급속히 재편됐다. 이에따라 화성 동탄처럼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지역 외에는 미분양이 속출하는 사태가 연출됐다. 여기에 내년 분양예정인 판교 신도시른 노리는 대기수요자들이 청약통장 사용을 꺼리는 분위기까지 더해 연말로 올수록 업체들의 체감경기가 급속히 악화됐다. 이러한 여건탓에 주택공급이 전년보다 크게 줄고 있지만 미분양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있다. 건교부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공급된 주택은 25만2천가구로 전년동기대비 39%나 줄었다. 이 가운데 민간아파트 공급물량은 10월말까지 15만8천4백11가구로 전년의 16만1백52가구보다 1.1%가량 줄었다. 하지만 분양성수기인 9월과 10월 분양물량이 전년대비 각각 31%와 4%씩 줄어들어 연말로 다가올수록 공급물량이 급감하고 있음을 보였줬다. 반면 미분양물량은 빠르고 늘고있다. 2004년 9월 현재 전국 미분양 물량은 5만2천6백74가구로 전년동기의 2만4천5백56가구의 2배수준으로 늘었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 역시 꾸준히 늘어 1만2천9백37가구에 달하고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장악화에도 불구하고 분양가는 계속 오르고있어 실수요자들의 외면을 자초하고있다는 지적이 일기도했다. 올해 서울 동시분양 평당가겨을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강남구는 1천7백38만원에서 1천9백41만원으로 올랐으며 강동구는 9백61만원에서 1천3백94만원,마포구는 9백54만원에서 1천4백42만원 등 주요 지역의 분양가격이 대부분 크게 올랐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