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5일 "열린우리당이 국회 법사위 이외 별도 기구를 통해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를 야당과 충분히 논의,합의 처리하겠다고 약속할 경우 즉각 임시국회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밤 의원총회 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국보법 폐지 문제는 너무나 중차대하기 때문에 여야간 합의 과정이 없으면 안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대표는 또 "여당이 추진하는 '4대법안' 중 국보법폐지 이외 사립학교법,언론관계법,과거사진상규명법 제·개정 등도 해당 상임위 차원의 논의와 공청회를 거쳐 합의 처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국보법은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어서 해당 상임위인 법사위에서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며 "별도 기구를 구성해 합의될 때까지 논의하고 다시 법사위에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특히 "이 같은 제의가 받아들여지면 한나라당은 법사위 회의장의 농성을 풀고 임시국회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이종걸 원내 수석부대표는 "4대법안 모두를 합의처리해야 한다는 이번 제안은 기존 한나라당 입장보다 오히려 더 강경해진 것 같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국보법 폐지안을 무조건 철회하라는 주장을 하지 않은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합의처리가 안될 경우 표결처리하는 게 국회법 정신"이라고 주장했다. 국보법을 별도 기구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에 대해서도 "법사위에서 협의하는 게 맞다"며 반대했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은 이날 낮 새해예산안과 이라크파병연장 동의안,'한국형 뉴딜정책'관련 경제법안 등을 한나라당을 배제시킨 채 사실상 단독 처리키로 방침을 정했다. 실제 열린우리당은 예산결산특위 계수조정소위를 가동,예산안 심의에 착수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쿠데타적인 발상'이라며 강력 반발,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였다. 한편 여야 원내대표는 김원기 국회의장 주재로 임시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의견차이를 완전히 좁히지 못해 합의도출에는 이르지 못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자민련 등 원내 비교섭단체는 15일 임시국회 파행운영과 관련,국회 정상화 논의를 위한 5당 원내대표 회담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 제안했다. 야 3당은 "국회 파행은 근본적으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국회 운영의 원칙을 무시한 채 밀실 야합과 뒷거래 정치로 국회 운영을 좌우해온데 원인이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홍영식ㆍ양준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