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대기업부문) : KT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 11월28일 오후 5시 KT 강남지역본부 회의실.이현광 강남지방본부 노조 위원장과 서광주 KT수도권 본부장 등 22명의 노사 대표가 차례로 회의실에 입장했다.
이날 모임은 강남지역본부의 각종 현안에 대해 노사 양측의 의견을 나누는 "노사합동 대토론회".회의가 시작되자 마자 노사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다.
한동안의 자유로운 얘기속에서 최영곤 노조 교육홍보국장이 제기한 문제가 이날의 첫 안건으로 채택됐다.
"오후 5시30분에 이후에 접수되는 고장신고는 현장에 출동해도 날이 저물어 즉시 처리하기가 힘듭니다. 겨울철에는 현장출동 시간을 한시간 정도 앞당기는 게 어떨까요." 즉석에서 토론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노(勞)측인가,사(使)측인가에 상관없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의견을 제시하기 바빴다.
장시간의 토론 뒤 모임 참가자들은 이 문제를 내년 초에 있을 중앙본사 노사대토론회에 상정해 처리하기로 했다.
한 참가자는 "예전처럼 노조와 사측이 한자리에 모이기만 하면 으르렁대던 모습은 더이상 KT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4년 신노사문화우수기업 대상으로 선정된 KT(대표 이용경,www.kt.co.kr)의 노사관계는 '상생(相生)' 그 자체다.
지난 2002년 8월 공기업이었던 '한국통신'이 완전 민영화되면서 새출발한 이 회사는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뤄냈다.
단일사업장 노동조합으로서는 최대 규모인 3만8천여명의 노조원을 거느리고 있는 이 회사가 한때 노사분규의 대명사였다는 사실은 이제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노사불이(勞使不二)'라는 슬로건처럼 노와 사가 서로 협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까지만 해도 KT(당시 한국통신) 노조의 투쟁은 그 해 노동계 전체의 투쟁방향을 방향을 결정지을 만큼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급효과가 컸다.
특히 1994년에는 당시 김영삼 정부로부터 '국가 전복세력'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심각한 노사분규를 겪기도 했다.
강성 노조운동은 2000년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2001년부터 KT의 노사관계는 급속도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민영화를 앞두고 새로운 노사문화를 정착시킬 필요성을 노와 사가 모두 공감했기 때문이다.
변화의 시작은 회사와 노조 양측에서 동시에 시작됐다.
회사는 노조를 회사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기 시작했고,노조 또한 무조건적인 반대에서 적극적인 이해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같은 인식변화와 더불어 노사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다양한 대화채널이 속속 만들어졌다.
고용안정위원회와 인사·보수제도 개선협의회,노사관계 개선협의회,노사대표와 현장사원 간 간담회,사원·중역 회의 등이 그것이다.
2002년에는 적대적 노사관계를 협력적으로 바꾸기 위해 외부기관에 의뢰해 컨설팅을 받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주5일근무제 도입 등 각종 현안을 노사가 함께 논의하는 노사 워크숍을 열었으며,해외의 선진 노사관계를 배우기 위한 노사합동 해외연수도 2002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에는 이용경 사장과 지재식 위원장이 공동으로 현 수준의 회사 인원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고용보장선언을 발표,노사간 신뢰를 더욱 공고히 했다.
아울러 창사 이래 최초로 사장과 노조위원장 등 노사대표 38명이 참여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 노사합동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는 현재 전국 10개 지역본부 단위로 열려 아래로부터 상생의 노사문화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 밖에 KT노사는 사내 방송매체(KT뉴스,인트라넷,메일)를 통해 경영정보를 직원들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주고,직원이면 누구나 의견을 올릴 수 있는 대화창구도 운영 중이다.
아울러 매년 노사가 함께 농촌봉사활동 및 불우이웃돕기에 나서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