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패배를 반드시 설욕한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거미손'으로 우뚝 선 이운재(수원)가 독일 축구대표팀의 주장 올리버 칸(뮌헨)을 상대로 다시 한번 골키퍼 '지존경쟁'에 나선다. 오는 19일(오후 7시.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독일대표팀과의 친선전에 나서는 이운재는 2년6개월여만에 다시 만나게 된 칸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긴장의 빛이 역력하다. 이운재는 지난 2002년 6월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독일과의 2002한일월드컵 4강전에서 후반 30분 미하엘 발락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배했던 쓰린 기억을 가지고 있다. 당시 이운재는 발락의 첫번재 슈팅을 제대로 막아냈지만 몸에 맞고 흐른 볼이 순식간에 발락의 발끝에 다시 떨어지며 또다시 슈팅을 허용해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다. 독일과의 4강전을 앞두고 5경기에서 2실점에 머물렀던 이운재는 1실점에 머물렀던 칸과 함께 유력한 야신상 후보로 거론됐지만 발락의 '한방'으로 아쉽게 경쟁에서밀려나며 결국 칸에게 야신상을 넘겨주고 말았다. 이 때문에 2년 6개월여만에 다시 칸과 만나게 된 이운재는 친선전의 성격을 떠나 아쉬웠던 월드컵의 기억을 말끔히 떨쳐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은 셈이다. 19일 독일과의 친선전이 펼쳐질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은 한국의 월드컵 도전 54년만에 본선에서 첫 승을 건져 올렸던 행운의 장소. 월드컵 본선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폴란드를 상대로 황선홍과 유상철의 연속골을 앞세워 4강기적의 토대를 쌓아올렸던 만큼 이운재에게도 기분 좋은 추억만 있는 곳이다. 이운재가 칸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더욱 긴장해야 하는 이유는 2006독일월드컵컵을 앞두고 이운재의 대표팀 독주를 호시탐탐 노리는 후배들이 부쩍 성장하고 있다는 것. 이운재가 2002한일월드컵 이후 침체된 한국축구의 골문을 힘겹게 지키는 동안 '리틀 칸' 김영광(전남)이 올림픽대표팀을 통해 급성장하면서 차세대 대표팀 수문장으로서 인정을 받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이운재로서도 최근 부진탈출의 기미를 보이고있는 대표팀의 골문을 굳건히 지키면서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다져야 하는 부담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칸 역시 2006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사생활 문제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며 '퇴진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한국과의 평가전이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경기가 될 수 밖에 없다. 단 한번의 실수가 곧 경기의 승패로 이어지는 골키퍼를 맡고 있는 이운재와 올리버 칸이 2년 6개월여만의 재대결에서 어떤 결과를 그려낼 지 기대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