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LG카드' 시장에 맡겨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안재욱 < 경희대 교수ㆍ경제학 >
LG카드 추가 증자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LG카드 사태 해결책으로 LG는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과 협상해 금융업을 포기하면서 추가지원이 없다는 확약을 받고 총 1조1천7백50억원을 지원했다.
그런데 산업은행은 12월 말까지 LG카드의 상장 유지를 위해 필요한 1조2천억원의 추가지원에 LG그룹의 분담을 다시 요구하고 있다.
LG는 이미 채권단과의 확약서대로 책임을 이행해왔고 단지 남아 있는 책임,즉 5천억원의 채권을 후순위전환사채로 전환하는 것만을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산업은행은 LG그룹 차원의 지원이 미흡하기 때문에 LG그룹이 추가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LG카드를 청산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계약은 재산권을 교환하는 것이다.
계약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절도에 해당한다.
갑이 을에게 1천만원을 빌리면서 1년 후에 이자를 포함해 1천1백만원을 갚겠다고 하고 나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갑은 을의 재산인 1천1백만원을 훔친 것이 된다.
마찬가지로 산업은행이 LG그룹에 계약 이상 추가로 요구하는 것은 LG그룹의 재산에 대한 강탈과 다를 바 없다.
LG카드의 운명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책임지고 결정할 일이다.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이 추가부담을 하든가 아니면 청산을 하든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일이다.
이미 손을 뗀 LG그룹을 끌고 들어갈 일이 아니다.
우선 LG카드의 회생을 위해 소요될 자금을 잘 예측하지 못한 채권단에 책임이 있다.
계약 당시 보다 면밀하게 계산하고 예측해 보다 많은 자금을 LG에 요구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 이제 와서 상황이 다르니 추가로 자금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물론 채권단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다.
당시 LG그룹과 협상이 자신들의 자발적인 의사와는 관계없이 정부의 강제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자발적인 의사결정에 맡겨졌더라면 LG카드의 채권자로서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참여한다 하더라도 비용을 면밀하게 예측 계산했을 것이다.
결국 정부가 개입함으로써 그 비용이 고스란히 채권은행들에 돌아갔고 국민들의 부담이 늘었다.
사실 이러한 갈등은 LG카드 사태에 정부가 개입할 때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LG카드문제는 시장에 맡겼어야 했다.
그러면 시장은 LG카드를 가장 적은 비용으로 처리했었을 것이다.
그것을 정부가 개입함으로써 LG카드 문제가 복잡하게 얽혔고 카드산업에 국한될 문제가 금융권 전체로 확대되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LG카드 문제를 시장에 맡기는 편이 좋다.
그래서 정 타산이 맞지 않으면 채권단으로 하여금 LG카드를 청산하도록 하는 편이 낫다.
그것이 사회적 비용을 가장 적게 들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는 LG카드 대주주들의 지분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불공정 주식거래에 대한 조사를 이번 LG그룹의 추가 출자전환과 연결시켜서는 안된다.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었다면 그 자체로 처벌하면 된다.
추가 출자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불공정거래'를 거래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계약은 존중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이 교란되고 교환활동이 줄어 경제가 성장하지 못한다.
재산권이 보호되지 않는 국가는 쇠퇴하고 재산권이 잘 보호된 국가는 성장하고 발전했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역사적 사실이다.
우리는 LG카드 사태를 보면서 다시 한번 교훈을 얻어야 한다.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면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 문제가 더욱 복잡하게 되고 악화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jwan@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