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산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진출은 선진금융 기법 전수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부정적 측면도 그에 못지 않다. 외국은행들은 수익성 위주의 경영에만 치중,중소기업이나 서민들이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자국 은행이 사라졌던 뉴질랜드와 아르헨티나의 교훈은 외국자본의 은행 지배가 어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뉴질랜드의 국적은행 설립 뉴질랜드에서는 지난 2002년 4월 '키위뱅크'라는 은행이 출범했다. 이 은행의 출범이 눈길을 끈 것은 뉴질랜드 자본으로만 설립된 국적(國籍)은행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현재 뉴질랜드의 5대 은행인 웨스트팩 트러스트 뱅크(Westpac Trust Bank) 뱅크 오브 뉴질랜드(Bank of New Zealand) 등은 모두 호주와 영국자본이 소유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90년대 초 외환위기를 전후해 잇따라 외국자본에 팔려나갔다. 그런 뉴질랜드가 국적은행을 설립하게 된 것은 수익성만 따지는 외국은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팽배한 데 따른 것이었다. 외국계 은행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지점축소,인원감축,수수료 인상에 나섰다. 자연히 은행 창구에서 대기시간은 길어지고 서비스도 나빠졌다. 지방이나 농촌지역의 지점폐쇄로 이들 주민은 큰 불편을 겪었다. 대출 기피로 중소기업들이 극심한 자금난을 겪기도 했다. 이런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외국은행의 ROE(자기자본이익률)는 20%를 웃돌았다. 그러자 "외국인만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비등해졌으며 '대항마'로서 국적은행 설립이 추진된 것이다. 당시 뉴질랜드 정부는 "중앙은행의 금융정책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을 뿐 아니라 은행산업의 이익이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외환위기를 부른 외국은행 철수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2년 초 국가부도를 냈다. 외국자본의 유출과 국내투자가의 자본도피 등 여파로 1천3백20억달러에 이르는 대외채무에 대해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것.아르헨티나가 졸지에 몰락한 데는 여러 원인이 있었지만 외국자본의 대규모 철수가 위기에 결정타를 날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당시 프랑스계 크레디아그리콜은 통화위기가 발생하자 자금지원을 중단하고 철수,외국자본의 비정함을 드러냈다. 1996년 아르헨티나에 진출한 크레디아그리콜은 3개 은행을 통해 전국에 3백45개 지점을 두고 있었다. 통화위기 여파로 크레디아그리콜의 3개 은행 역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이에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프랑스 모(母)그룹의 증자를 통해 문제를 해결토록 지시했다. 그러나 크레디아그리콜은 자금지원을 중단하고 철수 결정을 내렸다. 다른 외국계 은행들도 정부의 페소화 평가절하 정책에 반대하면서 철수,경제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