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 침체로 주택건설업체들이 당초 올해 공급키로 했던 물량을 대거 내년으로 이월시켰다. 이에 따라 주요 건설업체들의 내년도 분양계획 물량은 올해 실적보다 훨씬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내년에도 주택경기 침체가 계속될 가능성이 커 이들 물량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질 지 극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국내 38개 주요 주택건설업체를 대상으로 내년 아파트 공급계획을 조사할 결과 이들 업체가 내년에 분양할 아파트는 모두 24만9천5백34가구로 올해 공급실적(16만8천1백4가구)보다 48.4% 늘어날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조사결과 올해 공급실적보다 내년 공급계획물량(확정분 기준)을 늘려잡은 곳이 26개 업체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내년 공급계획물량을 올해 실적보다 줄인 업체는 12곳에 불과했다. 분양시기를 내년으로 넘긴 단지가 많다 보니 내년 계획물량이 예상외로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반을 넘는 업체들이 내년 이월물량 중 조합원이나 지주들과의 약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분양해야 할 단지가 많다고 밝히고 있어 자칫 악성 미분양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큰 실정이다. 올해 목표의 30%를 공급하는 데 그친 A사 관계자는 "지난달 임원회의에서 정한 내년 물량이 올해 실적의 서너배에 이른다"며 "조만간 회의를 다시 열어 물량을 줄이기로 했지만 빼기도 어려운 처지"라고 말했다. 더욱이 분양물량을 한꺼번에 줄일 경우 상당수 인력과 장비를 놀리거나 정리할 수밖에 없어 불가피하게 적정 외형을 유지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직 내년 계획을 정하지 못한 업체도 12곳에 이르렀다. 주택건설업계의 '빅5'중 하나로 꼽히는 롯데건설의 경우 내년에 1만5천가구 안팎을 공급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지만 이달 현재 분양시기가 확정된 곳은 4천7백여가구에 불과하다. 한라건설도 내년 공급목표(4천1백여가구) 가운데 30%만 확정해 놓았고,대동종합건설도 후보 물량(4천가구)중 1천4백가구는 유동적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주택경기 침체가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악성 미분양 등을 피하기 위해 또다시 공급을 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주택경기가 풀리지 않아 악성 미분양 등이 쌓일 경우 자칫 회사 전체의 자금흐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내년도 실제 주택공급 실적이 올해보다 더욱 줄어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