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친인척 '지분족보' 내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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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총수와 친인척의 지분소유 내역 등 대기업그룹 오너가족의 소유지배구조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출자구조 매트릭스'를 다음주중 전격 공개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그렇지 않아도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국내 기업들의 지분구조를 낱낱이 밝히는 건 외국 기업사냥꾼들만 돕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개 강행하는 공정위
공정위는 지난 4월1일 현재 자산 2조원 이상인 51개 대기업그룹으로부터 총수 친인척의 계열사 지분보유 내역을 제출받아 분석을 마쳤으며,내주 중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재벌 친인척의 촌수를 일정 그룹으로 나눠 작성된 이 매트릭스는 실명을 명시하지는 않지만 삼성 LG SK 등 국내 대표적인 대기업그룹 일가의 '지분 족보'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자료다.
지금까지 공정위는 총수와 특수관계인 임원 계열사의 지분율을 모은 '내부지분율'만을 공개해왔다.
공정위는 이번 분석작업에서 친척은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 1촌,2∼4촌,5∼8촌 등으로 분류하고 인척은 '4촌 이내'로 묶어 각각의 소유지분과 의결권 있는 지분을 공개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또 이를 토대로 재벌 그룹별로 소유·지배 괴리도(의결지분율에서 소유지분율을 뺀 값)와 의결권 승수(의결지분율을 소유지분율로 나눈 값) 등도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확정한 직후 발표키로 했다.
공정위는 당초 지난 7월 재벌 출자구조 매트릭스를 공개할 계획이었으나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처리가 늦어지면서 발표시기를 저울질해왔다.
◆'외국 기업사냥꾼 돕는 꼴'
재계는 공정위의 대기업그룹 일가 '지분 족보' 공개가 외국계 펀드의 국내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에 악용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최근 영국계 헤르메스펀드의 삼성물산 지분인수후 매각이나 소버린의 SK 경영간섭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 기업들은 적대적 M&A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 그룹의 오너 가족 지분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국내 기업 공격에 더없이 유용한 자료를 외국계 펀드에 고스란히 제공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특히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펀드의 실체나 소유구조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국내기업들의 지분만 상세히 공개하는 것이야말로 불공정 게임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승일 국민대 경제학부 겸임교수 겸 대안연대 정책위원은 "공정위가 대기업 오너 가족의 지분을 공개하려면 외국 투기자본이 악용하지 못하도록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 등 국내 기업의 적대적 M&A 방어수단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론재판 발상이다'
기업들은 또 공정위의 대기업 총수 일가 지분공개가 여론몰이식 '기업 때리기'인데다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도 크다고 지적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정위가 대기업그룹 일가의 계열사 지분구조를 공개하겠다는 건 여론재판식으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라며 "설령 실명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촌수만 밝히면 누군지 뻔히 아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소지도 크다"고 지적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