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2대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의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이 법원에 의해 기각되면서 소버린의 입지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소버린측 제임스 피터 대표는 16일 "항고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제임스 피터는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SK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재계는 소버린의 이같은 대응이 기업인수합병(M&A) 소재를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고 있다. 소버린은 특히 삼성전자팬택앤큐리텔이 SK㈜의 백기사로 나서고 있는 반면 일부 외국인 주주들이 SK㈜ 주식을 팔아치우자 긴장하고 있다. 소버린은 지난 13일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최근 발생한 SK㈜ 주식의 블록트레이드(대규모 자전거래) 등은 SK㈜ 경영진의 정직성과 기업구조 개선의지에 대해 대규모 투자자들이 지니고 있는 신뢰의 결여를 드러내는 사태로 믿는다"라며 초조함을 내보이기도 했다. 소버린측이 법원의 기각결정에 대해 즉각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에 우려할만한 신호"라고 반박한 것도 일종의 '동정표 모으기' 차원으로 해석된다. 법원의 기각 결정은 소버린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SK㈜가 △사외이사 비중이 70%에 달하는 이사회 구성 △사상 최대수익 달성 △경영권의 불안정은 투자자이탈과 투자가치 저하를 초래할 수 있음을 기각사유로 든 것은 현 최태원 SK㈜ 회장 체제에 대해 법률적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소버린은 내년 3월 정기주총에 '올 인'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이어서 이번 주총에서 질 경우 SK㈜ 주식의 M&A 재료가 소멸하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버린이 내년 주총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캐피털리서치앤드매니지먼트컴퍼니(CRMC) 등 믿었던 외국인 주주들이 보유지분을 팔기 시작하는 등 동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현재 SK㈜의 외국인 지분율(57.05%)은 가장 높았던 지난달 16일(61.85%)에 비해 4.8%포인트 떨어졌다. 따라서 소버린은 장기전에 대비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분율이 14.99%에 이르는 대규모 물량을 처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SK㈜는 M&A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소버린의 집요한 경영 간섭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