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최근 2년 사이 1백60만명이나 늘어났다고 한다. 정규직 위주로 운영돼왔던 우리나라 기업들의 고용행태가 비정규직을 중시하는 쪽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음을 입증해주는 결과다. 사실 최근의 비정규직 증가추세는 놀라울 정도다. 지난 2000년에만 해도 전체 근로자중 27.8%선에 그쳤던 비정규직 비중이 지난해엔 37%로 10%포인트 가량이나 늘었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경영형편이 크게 악화된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부담이 과중한데다 노동유연성이 결여돼 있는데서 찾지 않을 수 없다. 상대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고 있는 정규직 근로자들이 그것도 부족하다며 해마다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극심한 불황에도 회사가 형편대로 해고할 권한도 없기 때문이다. 기업을 꾸려가기 위해선 비정규직을 늘려 인건비 부담을 완화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최근 불법 파견근무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사례는 이런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회사는 근로자 평균연봉이 5천만∼6천만원에 달할 정도로 무거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하청업체 근로자(8천여명)중 일부를 정규직과 동일한 생산라인에 투입해 왔다. 그런데 노동부는 이를 불법파견으로 판정했고 노조는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측은 노조 허락없이는 단 한 명의 조합원도 해고는커녕 전환배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슨 다른 방법이 있느냐고 하소연한다.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바꿀 경우 인건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어 기존 근로자들에 대한 대우까지 후퇴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고,그나마 일자리도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어려운 기업경영환경을 감안하면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아니라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규직 근로자들의 협력과 양보다. 과도하게 높은 임금수준을 과감히 동결 또는 삭감하고 여기서 생겨나는 여력을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같은 노력은 외면한 채 무조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결국 자기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노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