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벤담은 1791년 중앙의 감시용 탑에서 죄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도록 만든 원형감옥 파놉티콘을 제안했다. 1967년 포토스캔사가 내놓은 폐쇄텔레비전(CCTV)은 여러 곳의 행동을 중앙통제실에서 한꺼번에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전자기술이 보이지 않는 눈의 감시를 한결 수월하게 한 셈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은 파놉티콘이나 CCTV와 비교할 수 없는 사이버 감시를 가능하게 했다.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PC에서 웹페이지로 전송되는 쿠키 파일은 누가 어떤 사이트를 들락거렸는지 몽땅 드러낸다. 회사의 경우 마음만 먹으면 개인의 업무시간과 작업과정,행동까지 앉아서 훤히 꿸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추적 시스템은 누가 어디에서 뭘 하는지까지 알려준다. 옷 구두 휴대전화 시계 만년필 심지어 팬티에까지 위치추적기를 달아 어디에 있든 순식간에 들키게 하는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나 적외선 감지기를 이용한 위치추적의 정확도를 보여주는 '에너미 라인스'의 내용이 허구만은 아님을 일러주는 것이다. 일본 NEC가 적외선 송수신 장치를 이용해 사원들의 위치를 단숨에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이다. 적외선 신호 발신기를 형광등 등에 붙여놓고 신분증이나 PC 휴대전화 등에 수신기를 달아 누가 어디에서 뭘 하는지 알아낸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휴대폰 덕에 자유롭지 못한데 이런 장치까지 생기면 정말 옴짝달싹 못하게 될 판이다. 정보 네트워크를 이용한 감시장치가 범죄예방을 목표로 한 것이라 해도 각종 데이터베이스 구축으로 자칫하면 은행계좌나 거래내역,통화기록은 물론 인간관계까지 공개될 수 있는 마당에 회사 안에서 누구를 만나고 있는지까지 들킨다는 건 소름끼친다. 조지 오웰의 '1984년'은 빅브라더에 의해 '잠자건 깨어 있건,일하건 쉬건,욕실에 있건 침대에 있건' 감시당하는 세계를 상정했지만 IT기술을 비롯한 신기술의 발달은 자칫 모든 사람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시와 통제로 가득찬 전자감옥에 넣는 것처럼 보인다. 어쩔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다고 해도 끔찍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