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 때쯤이면 각 분야 전문가들의 국내외 정치 경제 전망이 쏟아져 나온다. 전망을 통해 기업은 설비투자 확정 여부를 계획하고 투자자는 투자 종목을 고민하며 개인들은 미래 설계에 매진한다. 미래는 아는 만큼 준비할 수 있는 것이다. 미래학자이자 경영전략가로 이름 높은 피터 슈워츠는 '미래를 읽는 기술'(박슬라 옮김,비즈니스북스)에서 30여년간 SRI인터내셔널,로열더치셸,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 등에서 미래를 예측하며 활용한 노하우를 엮었다. 슈워츠가 활용한 기법은 '시나리오'.실제로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슈워츠는 불확실성이 큰 환경일수록 '시나리오'를 통해 미래를 미리 경험해 본다면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고 동시에 주도권을 쥐고 자신 있게 행동할 수 있다고 한다. 냉전 논리가 지배하던 1983년 슈워츠가 발표한 '소련 붕괴 시나리오'는 정·재계로부터 허황된 소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로열더치셸은 소련이 붕괴하면 유럽에 값싼 에너지가 유입될 것이라는 그의 시나리오를 채택해 천연가스 산지 개발 전략을 세움으로써 엄청난 이익을 창출하고 곧바로 우위를 점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통찰력을 갖고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서는 현재와 과거의 정교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능력과 직관이 요구된다. 상상력과 창의력은 이를 더욱 견고하게 해줄 것이다. 부단한 훈련과 경험,꾸준한 독서나 메모습관 등 사소한 생활습관만 개선해도 이같은 능력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의사결정자(자기 자신이든 타인이든)에게 영향을 미쳐 사고방식을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더라도 차선책을 제시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강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화 역사 문화 등 각 분야를 넘나드는 풍부하고 흥미로운 사례를 제시하면서 자연스레 시나리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정보의 이해 차원을 넘어 미래라는 화두를 둘러싼 슈워츠 특유의 탁월성과 독창성을 맛볼 수 있다. 슈워츠는 전략적 대화를 통해 어떻게 미래를 읽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7단계 시나리오 개발 기법도 소개한다. 시나리오 기법이 기업에서 자리 잡으려면 대화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그 활용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방법은 알면서도 어떻게 적용할지 몰라 고민하는 경영자들에게 특히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3백68쪽,1만3천원. 오승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