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와 가라테가 붙으면 누가 이길까. 링위에서 과연 장풍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 품어봄직한 의문들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종(異種)격투기라 해서 공공연하게 경기가 벌어지고 있다. 치고 누르고 밟고 조이고 할 수 있는 기술들은 다 구사된다. 막싸움이다 싶을 정도의 경기를 보면서 관중들은 열을 내고 환호한다. 오직 눈 찌르기와 낭심차기,박치기,물어뜯기만이 금지될 뿐이다. 이종격투기는 원래 주먹세계의 도박꾼들이 암흑가 지하술집 등에서 벌인 경기였다. 그러다가 1990년대 들어 일본에서 인기 스포츠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매년 12월에 열리는 고수 싸움꾼들의 각축장인 K-1의 그랑프리대회는 일본 각지에서 수만명이 운집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씨름의 간판스타 최홍만 선수가 앞으로 서게 될 무대도 바로 K-1이다. 테크노 골리앗으로 불리는 최 선수가 모래판을 떠나 지옥의 링으로 방향을 틀자 국내에서도 이종격투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종격투기는 온갖 무술을 습득한 개인간의 체력과 기량을 견주는 것이어서 실제는 종합격투기인 셈이다. 이를 두고 잠재적 폭력성의 발로라느니 사회의 부조리라느니, 그리고 자극에의 추구라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기도 하다. 이종격투기가 처음 TV에 방영된 1976년에 열린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와 레슬링선수 안토니오 이노키 간의 대결이었다. 무승부로 싱겁게 끝나긴 했지만 종목이 다른 세계적인 선수끼리 대결한다는 점에서 흥행 가능성은 이미 충분히 타진됐었다. 사실 이종격투기는 고대 올림픽에도 있었다. 권투와 레슬링을 혼합시킨 '팡크라티온'이란 종목이었는데 근대 올림픽이 부활되면서 야만적이라 해서 배제됐다고 한다. 이종격투기야말로 누가 더 강하고 전투적인가를 비교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요동치게 하는 경기가 아닌가 싶다. 오늘도 수많은 격투가들이 사각의 링안에서 시합을 벌이고 있지만 승자는 계속 바뀌고 있다. 세계 제 1의 싸움꾼에 결사적으로 도전하는 선수들을 보며 과연 즐거워해야만 할 일인지 씁쓸한 기분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