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밤 8시 청와대 인근의 한 음식점.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 주최로 송년 만찬간담회(망년회)가 열렸다. 50여명의 청와대 출입기자가 참석했고 수석비서관·보좌관 등 청와대의 고위 참모들도 대부분 자리잡았다. 비서실 기자출입이 제한되는데다 비서실장 주재 기자간담회도 1년에 몇차례 되지 않아 많은 기자들이 참석했다. 기자들은 오랜만에 만난 김 실장에게 개각과 내년도 국정운영 방향,노무현 대통령 근황,비서실 업무개편 여부 등을 물었다. 그러나 김 실장은 "먼저 음식 먹고,따로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오늘은 할 말이 있다"며 기대감을 부추기기도 했다. 그러는 한편 다른 참모들은 "의례적인 송년모임이니 편하게 밥먹는 자리로 하자"며 편한 자리를 주문했다. 오후 6시30분에 시작한 만찬에서 테이블에 따라 소주도 몇 순배 돌았다. 김 실장과 함께 온 수석비서관들은 돌아가면서 한결같이 경제난을 언급,"내년엔 잘 해보겠다.언론도 도와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선약 있는 참모들이 떠나면서 자리가 다소 어수선해질 때쯤 김 실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김 실장은 "내년에는 경제에 올인한다"고 역설하면서 의중을 드러냈다. 기자들의 최대 관심사로 집중된 개각 이야기가 바로 나왔다. 이어 대미관계와 주미대사 교체 얘기로 거침없이 이어졌다. 기자들은 '폭탄'을 맞은 것처럼 순식간에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어 불과 10∼20분 사이에 기자들은 대부분 청와대 기자실이나 자기 회사로 달려가버렸다. 기자들이 혼비백산해 나가는데도 김 실장은 여유로운 표정을 감추지 않은 채 "밥 먹지 않고 뭣들 하시나" "냉면 나왔는데 먹어야지"라며 앉아있었다. "손님 불러놓고 잘해보자며 이게 뭐하는 거냐"는 볼멘 소리가 뛰어나가는 기자들 사이에서 연이어 들렸다. 뜻밖의 상황으로 당황해하기는 참모들이 오히려 더 했다. 허원순 정치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