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자기계발 교육의 현장] "자격증 갖고 제대…벌써 설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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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인 17일 오전 경기도 양주군에 있는 육군 '불무리 부대(제26사단)' 내에 마련된 인터넷 학습장.
훈련으로 단련된 병사들이 짬을 내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저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뜨거운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었다.
컴퓨터에서 흘러나오는 영어 발음을 놓칠 새라 귀를 쫑긋 세운 사병에서부터 전문 강사의 9급 공무원 시험과목 강의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까지 단정한 군복차림의 병사들은 또래 대학생들처럼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들이 군 부대 안에서 대학 도서관을 방불케 할 정도로 배움의 열기에 빠질 수 있게 된 것은 불무리 부대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육군본부에서 시행하는 '군 자기계발 교육 시범사업'(한국경제신문사 후원) 부대로 선정됐기 때문.
"군대에 가면 2년간 꼼짝없이 시간만 때우다 와야 한다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업으로 영어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최승훈 일병)
지난 2월 대학 2학년을 마치고 입대한 최 일병은 "눈 딱 감고 2년을 버티다 나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군 생활을 시작했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배움의 기회를 갖게 돼 너무 기쁘다"고 웃었다.
그는 "제대하기까지 남아 있는 14개월 동안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군 생활에도 의욕이 생기고 복학 후 학교생활에도 한결 자신감이 붙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군인공제회와 삼성경제연구소가 개발한 군 자기계발 프로그램 '엠키스(www.mkiss.co.kr)'를 통해 이뤄진다.
인터넷으로 분야별 최고 수준의 콘텐츠를 군 장병들에게 제공,멀티미디어 학습의 장을 열어주는 엠키스에는 △어학교실(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19개 강좌) △자격교실(공인중개사 법무사 공무원 주택관리사 등 73개 강좌) △경영아카데미(메가트렌드,경영마인드 프로그램 등 55개 강좌) △교양문화교실(인성,비즈니스 교양 등 8개 강좌) 등이 들어있다.
불무리 부대 장병들은 오는 28일까지 원하는 강좌를 골라 수강신청을 마칠 예정이다.
불무리 부대 관계자는 "장병들이 영어 일본어 등 외국어 강좌와 각종 자격증 관련 강좌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실용적인 강좌뿐 아니라 경영아카데미의 프로그램인 메가트렌드에도 장병들은 주목하고 있다.
박만호 일병은 "신문 방송 등을 보며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접할 수 있긴 하지만 메가트렌드를 통해 여러가지 사회 이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어 사회와 단절됐다는 느낌을 말끔히 지우게 됐다"고 반겼다.
장병들은 원래 하루 일과가 끝난 저녁 시간과 주말 여가시간을 이용,각종 강좌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날은 군 자기계발 교육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산(産)·군(軍)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소속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조성태 전 국방부 장관(열린우리당 국회의원),홍두승 서울대 교수 등 위원들이 불무리 부대를 방문하는 데 맞춰 오전 시간에 장병들이 인터넷 학습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현 부회장은 "군 장병들은 군사전쟁을 치르는 게 기본 임무이지만,군 생활을 마치면 디지털 정보화시대의 경제전쟁을 수행해야 할 인력"이라며 "군 복무기간의 여가시간을 헛되게 소비하지 않고 중단없이 배움을 지속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광일 26사단장(소장)은 "자기계발 교육 사업으로 인해 혹시라도 장병들의 전투력 증강에 허점이 생기지 않도록 간부들과 함께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두승 교수는 "이번 사업을 통해 군 인적자원이 양질의 경제인력으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산·군 인적자원개발위원회와 재계가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답했다.
양주=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