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페루에 접한 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 등의 영향으로 한파가 몰아닥쳐야 할 12월 들어서도 전국 곳곳에서 2~3일마다 한 차례씩 비가 내리는 이상 기후가 계속되고 있다. 기상청은 이달 들어 지난 4일과 6일, 8일, 10일, 15일 등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전국 곳곳에 비가 내린 데 이어 일요일인 19일 밤늦게부터 전국적으로 비(일부지역은 눈)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17일 예보했다. 기상청은 이와 관련,"최근 태평양에서 발생한 약한 엘니뇨로 인해 겨울철 우리나라 기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차가운 대륙고기압이 발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전통적으로 삼한사온으로 불려온 기압계의 변화 주기 역시 과거 3∼4일에서 최근 2∼3일로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대륙고기압이 발달하지 못한 채 만주 북쪽을 지나가는 데 그치면서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권에 들어 하루 이틀 맑다가 남쪽에서 들어오는 기압골의 영향을 받아 비가 자주 내린다는 지적이다. 기상청은 이와 함께 12월 들어 지난 15일까지의 평균 기온이 영상 5.8도로,1968년 이후 36년 만에 가장 포근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이상 고온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는 이달 1~15일 보름간 영하권 기온이 네 차례밖에 나타나지 않았다. 하루 평균 기온이 5도 이하일 때를 겨울이라고 봤을 때 지난 90년대 이후 겨울철이 20년대에 비해 한달가량 짧아졌다는 게 기상청 분석이다. 태평양 엘니뇨 현상은 일본 등의 기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상청은 이달 들어 일본 도쿄에서 26도의 여름 날씨가 기록되는 등 동아시아 전역에서 평년보다 포근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겨울철에 엘니뇨 현상이 나타났던 86년과 91년,2002년의 경우 12월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을 뿐 아니라 강수량도 많았다"며 "기습 한파와 폭설 가능성이 있지만 올 겨울엔 대체로 포근하고 평년보다 비가 자주 내리는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구 온도가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20세기 들어 평균 0.6도 정도 상승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1.5도나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며 "겨울철 혹한기가 줄고 여름철 혹서기가 늘어나는 이상 기후 현상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