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중소기업과 숙박업소 등에 대한 문턱을 높이면서 상호저축은행에 이들 업체의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에 상위권 저축은행들도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 업계 전체적으로 중소기업 여신비중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 대출은 부실화할 위험도 높아 앞으로 리스크 관리 능력이 저축은행 업계의 판도를 좌우할 변수가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급증하는 대출 수요 "그동안 이런 호기는 없었습니다. 지금이 대출을 늘리기에는 최고의 기회예요." 서울 소재 한 상호저축은행 사장은 최근 이런 얘기를 꺼냈다.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축소함에 따라 우량기업들까지 저축은행으로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코스닥등록 업체 가운데 견실하기로 알려진 2∼3곳이 최근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지 못하고 우리 회사를 찾아왔다"며 "덕분에 1백억원 가량의 대출실적을 한 번에 올렸다"고 전했다. 이 저축은행의 여신잔액은 전달 대비 1백50억원 가량 늘어난 7천4백억원대를 기록했다. 성매매특별법 이후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숙박업체를 대상으로 '틈새'대출에 나섰던 한국상호저축은행도 지난달 말 현재 여신잔액이 6월 말보다 20% 정도 늘어나 1조원에 육박했다. 동부상호저축은행의 경우 지난달 기준으로 수신잔액은 전달 대비 39억원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여신잔액은 2백억원 늘어나 4천6백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동부의 경우 리스크 관리 수준이 은행권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보수적인 영업을 하는 데도 여신잔액이 이렇게 늘어난 것은 그만큼 우량 중소기업의 대출수요가 많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업계 전반적으로도 중소기업 여신비중이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전국 1백13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여신잔액 가운데 중소기업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6월 말 63.9%에서 10월 말에는 65.4%로 높아졌다. ◆리스크 관리가 관건 이 같은 저축은행들의 중소기업 여신 확대추세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경기회복이 더 지체될 경우 중소기업 대출이 일시에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특히 상호저축은행의 경우 현재도 부실여신 비율이 선진국 수준보다 높은 11%에 이르고 있어 무리하게 대출확대에 나서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면서 최대한 여신확대 기회를 활용하는 업체들이 향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