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작성한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대법원 판례를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간 '신경전'이 증폭되고 있다. 법원은 "서명날인을 했어도 조서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능력을 상실한다"는 입장인 반면,검찰측은 "조서의 작성과정이 정당하고 적법절차에 의거했다면 향후에도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여지가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하급법원에서의 판례 적용을 놓고 혼선은 물론,일선 검찰과 재판부간의 갈등도 우려되고 있다. ◆"조서는 휴지조각 될 것"=법원의 입장은 단호하다. 법원행정처는 17일 "피고인이 법정에서 검사작성 신문조서의 진술내용을 부인하면 더이상 조서는 증거로 쓰일 수 없다는 것이 전원합의체의 판결 취지"라며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비록 피고인이 조서에 서명한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조서 내용을 불인정하면 그 조서는 증거능력을 상실하며 검찰은 다른 물증이나 증인 등을 토대로 피고의 유죄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조서의 작성과정에 취사선택이 가능한 데다 조서가 피의자의 표정이나 정신상태까지 모두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지 않는 한 검찰조서는 앞으로 유죄 입증에 별 필요가 없게 됐다"며 "따라서 검찰은 자백보다 다른 과학적 증거발굴에 집중해야 할것"이라고 강조했다. ◆"과도한 법해석"=검찰은 그러나 이에 대해 형사소송법 제 312조 1항의 단서조항을 근거로 '지나친 법해석'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특신상태)'에서 조서가 작성됐다고 인정되면 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는 것.즉,피고인이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해도 조서가 적법절차에 따라 작성됐다는 것만 입증하면 증거로 사용되는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신상태란 본인이 직접 수정하거나 정정한 흔적이 있는 등 조서가 믿을 만한 상황에서 작성됐음을 인정할 만한 경우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이 312조 1항의 본문 규정(검사가 피의자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공판기일에서의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해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만 가지고 검사작성 조서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려는 것은 법취지를 무시한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은 앞으로 검사조서가 무시된다면 법정에서의 조서내용 부인이 봇물을 이루게 돼 무죄판결 양산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것 이라며 '특신상태에 대한 예외적 법해석'을 요구하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