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장수기업 비결] 원칙 지키는 가족경영이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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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578년 설립된 일본의 불교사찰 건설업체 곤고구미,일본 숙박업체 호시료칸(718년 설립),프랑스 와인기업 샤토 드 굴랭(1000년 설립).
이들 기업들이 1천년 이상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들 장수기업의 생존법을 '가족'에서 찾고 있다.
이들 기업이 신뢰 자부심 자금 등을 바탕으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업을 이어왔지만 무엇보다 가장 주목되는 공통점은 가족기업이라는 것이다.
◆가족 기업은 장수의 기본
장수기업은 경영권을 물려줄 때 철저히 장자계승이라는 원칙을 세워 기업들이 분리되지 않았다.
이를 통해 기업을 자손에게 대물림하는 과정에서 반목과 불화의 소지를 없앴으며 가족들 간 화합과 신뢰를 기업 영속의 근간으로 삼을 수 있었다.
기업장수의 비결을 파헤친 '성공의 수세기'를 쓴 윌리엄 오하라는 장수하는 기업엔 운도 따른 것이 사실이지만 핵심 비결은 가족이었다고 말한다.
46대째 경영권을 대물림한 일본의 호시료칸이 대표적인 사례.장자계승이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도 장수기업들은 여성에게도 경영권을 맡기는 등 진보적인 측면도 없지 않았다.
자손이 없을 경우엔 입양을 통해 가업을 잇도록 했다.
◆가업 계승의 조건
부모 세대의 희생은 장수의 또 다른 요소였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존 데이비스는 "장수기업의 부모세대는 자손에게 가업을 물려주기 전에 충분한 돈과 명성 신뢰를 축적해 자식들이 가업과 비즈니스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줬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자식들이 부모세대의 유산에 전적으로 의존한 경우는 드물었다.
시대 흐름에 맞게 사업을 확장하고 변화시킨 것.
지난 1630년에 설립된 일본의 간장공장 기코만은 간장공장에서 출발해 조미료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고 지금은 바이오테크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코만은 또 타의 추종을 불허한 핵심 기술도 갖고 있었다.
집안 대대로 발전시켜 온 효모 발효기술이 가업 유지의 밑바탕이 됐다는 설명이다.
◆생존 자체가 도전
현대 기업의 역사는 산업혁명 이후 기술진보를 바탕으로 시작됐다.
세계 최대기업인 GE는 지난 1876년에 설립됐다.
1975년 설립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역사는 불과 30년에 불과하다.
반면 장수기업들은 대부분 전통산업인 농업 숙박업 건축업 등에서 시작해 사업을 확대해 왔다.
요즘 기업들엔 오래 살아남는 것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다.
1970년 포천 5백대 기업에 포함된 업체 가운데 1983년까지 3분의 1의 기업들이 인수·합병(M&A) 되거나 부도가 났을 정도다.
일본 도쿄대의 기업역사학자 레슬리 한나는 "20세기 대기업들의 평균 수명이 75년에 불과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