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의 향방이 최대 관심사다.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올들어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 마켓에 외국인 자금들이 왜 들어왔는가를 곰곰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머징 마켓으로 분류되는 모든 국가에 외국인 자금이 들어온 점이 눈에 띈다. 심지어 경기상황이 안 좋은 필리핀과 베네수엘라 한국과 같은 국가에도 외국인 자금이 들어왔다.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으나 가장 큰 요인은 올 3분기까지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투자 위험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면서 그동안 글로벌 자금들이 이머징 마켓에 투자할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던 위험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뚜렷한 특징은 이머징 마켓국 가운데 통화가치가 저평가된 국가에 외국인 자금이 몰린 점이 주목된다. 대표적으로 환율이 고정된 중국과 수출증대 차원에서 올 9월까지 계속해 달러화 매입 개입을 해오고 있는 한국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이머징 마켓에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은 철저하게 달러화표시 자산에 대한 포트폴리오 자금의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올들어 이머징 마켓에 외국인 자금이 많이 들어오는 것도 미국의 쌍둥이 적자에 대한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달러화표시 자산에 자금 유입이 둔화되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런 현상은 연말이 다가올수록 심하다. 결국 이머징 마켓에 외국인 자금이 많이 들어오는 주된 이유는 경기 요인과 함께 투기적 혹은 반사적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마켓의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요인을 감안하면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 마켓에 외국인 자금이 계속해서 들어올 것인가는 세계 경기의 향방과 통화가치 조정,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달러화표시 자산의 거품조정 여부 등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세계 경기가 올 하반기를 정점으로 하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통상적으로 경기에 대한 금리 조정의 후행성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상과 국제 유동성의 위축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을 포함해 자국통화 가치가 저평가된 국가들이 언제까지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분명한 것은 외국 자금이 많이 들어올 때 시장 개입을 통해 통화가치의 저평가 상태를 인위적으로 유지하면 그만큼 환투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달러화표시 자산의 거품 해소는 쉽게 조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대적으로 대규모 외국자금의 유입으로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 마켓국가들의 수지 악화와 자산 인플레 정도가 심해짐에 따라 미국에서 자본이 이탈할 가능성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앞으로 이머징 마켓에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는 추세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머징 마켓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반사적 혹은 투기적인 성격이 짙은 점을 감안하면 갑자기 이탈할 가능성도 높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