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적인 부문은 아웃소싱 등을 통해 과감히 정리하고 핵심부문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기업을 오랫동안 내실있게 경영하는데는 윤리경영이 가장 효과적이다" 신세계의 구학서 사장은 최근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에서 열린 기업 임원들과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CEO포럼에서 기업 성공의 "키워드"를 "핵심부문에 대한 역량집중"과 "윤리경영"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의의 요약이다. ◆과감히 버려야 이익을 낼 수 있다 유통업의 특징은 마진폭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체의 제조원가와 소비자 판매가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마진을 내기가 쉽지 않다. 물론 유통구조를 합리화하고 납품업체 관리를 철저히 하면 이익을 좀더 낼 수 있지만 그 것도 한계가 있다. 이 때 유통업체의 선택은 단 한가지.투입하는 돈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신세계의 경우 적자가 나는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아웃소싱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최근 몇년간 국내 유통업체의 화두는 상품을 직접 기획해 자체 브랜드를 부착해 출시하는 PB(private brand) 상품이었다. 당시 신세계도 12가지의 상품을 직접 만들어 팔았다. 하지만 백화점 PB의 수익성은 좋지 않았다. 수년간 누적된 적자가 2백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당시 직원들과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PB상품을 사러 온 손님이 다른 물건도 사기 때문에 적자가 나더라도 PB상품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만일 PB매장을 다른 업체에 임대를 줄 경우 발생하는 임대료까지 감안하면 손실이 너무 컸다. 유통업체의 강점은 판매에 있지 제조에 있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12개에 달했던 PB상품을 모두 정리하자 상황은 호전됐다.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PB상품의 고객 유입효과'는 미미했던 것. 백화점 카드를 아웃소싱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백화점 카드가 손님을 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통업이 금융업을 겸할 경우 제대로 된 효율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전산이나 인테리어,택배,주차관리 등의 부분도 신세계 간부에게 별도의 회사를 차려 독립시키는 방법으로 아웃소싱했다. 내부 직원에게 신세계의 일감을 주면서 독립을 시킬 경우 효율성은 높아지고 언젠가는 CEO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간부들의 사기도 높아졌다. 아웃소싱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자 이를 신세계의 할인점 채널인 이마트 판매사원에게까지 적용했다. 할인점은 백화점과 달리 매장마다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서비스의 질도 떨어졌다. 이 때 사용한 방법이 판매사원을 독립사업자로 등록시키고 판매량에 따라 다른 급여를 주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러자 매출과 서비스 모두가 호전됐다. 신세계 대표이사를 맡기 전인 98년 60억원 가량에 불과했던 당기순이익이 현재 10배 가량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불필요한 조직을 잘라내거나 과감히 아웃소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윤리경영이 기업의 지속성을 담보한다 제프리 카튼이 지은 경영서 'CEO 마인드'에는 "세계 40대 기업의 핵심가치는 17세기 청교도들의 핵심 가치인 윤리정신에 있다"고 말했다.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윤리정신이 결여된 기업은 언젠가는 무너지고 만다. 유통업체에 있어서는 윤리경영의 중요성이 한층 더 강조된다. 직원들 대부분이 소비자 혹은 납품업체와 금전적인 거래를 하기 때문에 공금횡령 등 금전적 부정행위를 저지르기 쉬운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99년 윤리강령을 선포하고 해외 사례를 참조,매년 강령을 조금씩 고쳐 나가고 있다. 윤리경영을 위한 강령은 구체적 일수록 좋다. 윤리는 사람마다 판단기준이 다른 덕목이다. 어떤 직원은 명절에 구두표를 받는 정도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또 다른 직원은 접대 골프까지를 윤리경영의 허용 선으로 정할 수 있다. 잘못된 강령이라도 일관된 지침이 없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 [ 구학서 사장은 ] 구학서 신세계 사장은 지난 72년 삼성그룹 13기 공채로 입사해 제일모직 삼성물산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를 두루 거친 '삼성맨'이다. 96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전무로 자리를 옮긴 후 99년 대표이사가 됐다. 재무통으로 '효율성 최우선'이 경영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