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를 둘러싼 정치적 혼란,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속에 치러진 '4.15'총선,살림살이는 '양극화'를 치달으며 외환위기에 버금갈 정도로 '어려웠지만(苦)',라이프스타일은 '웰빙'을 추구." 2004년 한국인들의 자화상이다.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민.관연구원장 금융기관장 기업CEO 회계법인대표 대학교수 등 한국 사회의 대표적 지식인 42명(한경밀레니엄포럼 회원.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실시한 '되돌아 본 2004년' 설문조사에서 국내 오피니언 리더들은 올 한해를 이같이 묘사했다. 회원들은 우선 '올 한해를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한자'로 '苦(쓸 고,괴로울 고)'를 꼽았다. 수출의 기록적인 호조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았고 청년 실업대란과 중소기업·자영업자 경영난 등에 따른 '민생고(民生苦)'가 그 어느 해보다 컸기 때문이다. '苦'(응답률 28.6%)에 이어 '亂(어지러울 란)'이 23.8%로 그 뒤를 이은 것도 경기침체 장기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3위에 오른 것은 '分(나눌 분)'. 정부는 지방분권 강화 등 균형발전전략을 추구했지만,그 와중에서 계층·세대·지역간 분열이 불거져나왔던 것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들의 속앓이와 달리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구가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회원들은 '올해의 키워드'로 '양극화'(33.3%)를 꼽았다. 수출과 내수,대기업과 중소기업,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의 양극화 등 올해만큼 양극화란 말이 자주 오르내린 적도 없었다. '탄핵'과 '헌재(헌법재판소·이헌재 경제부총리)'를 꼽은 응답자도 각각 전체의 19%를 차지했다. 살림살이는 이렇게 어려웠음에도 사회 전반에 몰아친 '참살이 열풍'을 반영,'올해의 외래어'로는 '웰빙'(31%)이 선정됐다. 현 정부의 정책운용과 인사 패턴을 빗댄 '코드'(31%)도 끊임없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올해의 외래어 공동1위로 꼽혔다. '올해의 숫자'로는 '4·15'(40.5%)가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속에 치러진 '4·15총선' 결과 정치판도가 '여대야소'로 바뀌면서 수도권이전 논란과 국가보안법 폐지 공방,공정거래법 개정안 강행 등 큰 파고가 몰아쳤음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다음으로는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된 날짜인 '9·23'(19%)이 선정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원·달러 환율이 1천원선을 위협받고 있는 반면 종합주가지수는 1,000선 고지를 향해 힘들게 행진 중인 것과 관련해 '1,000'(16.7%)을 올해의 숫자로 제시한 사람도 많았다. '내년에 가장 이슈가 될 경제현안'으로는 '환율'이 28.6%로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고 소비(26.2%),부동산(19.0%),실업(19.0%) 등이 뒤를 이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