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을 한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지 2년도 안됐는데 '오래 해서 지친 분들이 있다'고 하니 장관직이 꽤나 힘든 모양이다. 마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집권 2기 출범을 앞두고 개각을 진행중이다. 새로운 4년을 이끌고 갈 집권 2기의 내각구성이어서 한국과는 다르지만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 있다. 무엇보다 장관을 자주 바꾸지 않는다는 점이다. 15명의 장관중 교체되는 장관은 9명뿐이다. 국방·재무·내무·노동·교통·주택 및 도시개발 장관 등 6명이 유임됐다. 집권 1기 중간에 들어온 재무장관을 제외한 5명의 장관은 4년을 채우고 또다른 4년의 임기에 동승했다. 개각이 잦은 관행에 익숙한 한국 기자의 눈엔 새로운 4년을 이끌고 갈 조각에서 15명중 9명만 바꾸는 것은 '중폭' 정도로 보였다. 하지만 미국 언론은 '이례적으로 많이 바꿨다' '대폭 개각이다' '기록적인 교체'라고 보도했다. 메릴랜드 타우슨대학에서 대통령학을 연구하는 마르타 쿠마르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가 중임으로 제한된 1952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집권 2기 장관을 많이 바꾼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처음이라고 한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1972년 재선에 성공한 후 장관과 백악관 보좌관들에 대해 일괄 사표를 받은 후 조각에 착수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많이 바꾸지 않았다. 많이 바꾸지도 않으면서 일괄 사표를 받는 바람에 유임된 장관이나 보좌관들의 사기가 뚝 떨어졌다는게 대통령학을 연구한 학자들의 평가다. 부시 대통령은 그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일괄 사표를 받지 않고 개별적으로 교체를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바꾸기로 결정한 장관이 9명이다. 그럼에도 미국 언론이 대대적인 교체라고 평가한 것은 그만큼 개각이 자주 없기 때문이다. 장관이 무엇인가를 해내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고 장관 스스로도 오래 간다는 믿음이 있을 때 자신감을 갖고 일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은 가능하면 장관들을 오래 붙잡아둔다. 연말이 되어서라거나 피곤해서 장관을 교체한다면 어느 장관인들 리더십을 발휘할수 있겠는가.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