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일자) 쌀 관세화 유예는 합의했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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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등 9개국과의 쌀 협상 결과,관세화를 통한 시장 개방을 10년간 또 다시 유예하는 대신 저율관세 수입물량을 2014년까지 8%로 확대하는 선에서 잠정 합의를 봤다고 농림부가 밝혔다.
관세화와 의무 수입물량 확대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정도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관세화 유예를 들고 나온데는 나름대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현 시점에서 보면 관세화를 선택하기에는 여러가지로 불확실한 요인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DDA 협상 지연으로 관세 감축의 폭과 방식 등 세부원칙이 구체화되지 못한 것도 그렇고,당장 쌀의 국제가격이라든지 환율변동 등이 관세화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렇다.
자칫하면 쌀 수입량이 급증하는 등 변동폭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꼭 그런 점이 아니더라도 관세화를 쌀 시장의 완전개방으로 받아들이는 국내 상황에서 그 정치적 부담을 정부가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어쨌든 관세화 유예를 통해 당장의 큰 부담은 던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농민들은 이번 협상에서 의무 수입물량이 확대된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이지만 반드시 그렇게만 생각할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에 이어 또 다시 10년 관세화 유예를 얻어내려면 이해당사국들에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제시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것이 바로 의무 수입물량 확대라는 점을 농민들은 십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이 문제로 우리 내부에서 소모전이 벌어져선 안된다.
관세화 유예든 관세화든 분명한 것은 앞으로 쌀 시장 개방의 폭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번 협상만 해도 의무 수입물량이 매년 약 2만여t씩 늘어 10년 후엔 그 비중이 지금보다 두 배가 되고,그 중 일정한도는 소비자 시판이 된다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게다가 언제까지 우리나라만 관세화 유예를 고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이번 관세화 유예는 농업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마지막 기회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약 1백20조원을 농업부문에 투입한다는 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 10년간 관세화 유예기간 동안 60조원이 넘는 지원자금을 투입하고도 농업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되고 만 전철이 또다시 되풀이돼서는 절대 안될 일이다.
정부 정치권 농민 모두가 각오를 새로이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