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부실처리 문제가 다시 논란을 빚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추가출자를 요구하며 LG그룹을 압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못할 뿐 아니라 설득력도 전혀 없는 까닭이다. 결론부터 말해 LG카드 문제는 이미 LG그룹의 손을 떠난 만큼 전적으로 채권단이 알아서 처리해야 할 사안이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LG카드 인수와 함께 경영진을 자체 선임하는 등 회사경영에 대한 책임을 도맡아왔고 LG그룹과는 확약서를 체결해 서로가 이에 따른 의무를 차질없이 이행해온 때문이다. 특히 확약서의 양측 지원 규모가 채권단이 지정한 회계법인의 실사에 따라 결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LG 계열사들이 추가출자 결의를 할 경우 해당 기업 임원진들은 업무상 배임행위를 저지른 꼴이 돼 주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LG전자와 LG화학이 이미 추가출자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사실이 이같은 처지를 대변한다. 그런데도 출자전환을 끝까지 요구한다면 부당내부거래를 기업측에 강요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양측의 협약서가 체결된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부실문제가 돌출됐다는 사실 자체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실사가 애초 엉터리였거나 아니면 산업은행이 인수한 이후의 회사경영이 잘못됐다는 이야기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러한 부실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물론 채권단으로서도 할 말이 없진 않을 것이다. LG카드 인수는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라 정부 압력 때문에 마지못해 나선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 추가부실을 모두 감당할 경우 그 부담 또한 적지 않은 것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양측이 합의한 확약서를 무시하고 여신규제까지 거론하면서 근거도 없는 추가부담을 억지로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거나 추가출자에 참여하는 것이 회사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누가 보더라도 억지 논리가 틀림없다. 금융당국의 반성도 절실하다. 따지고 보면 이번 사태에 대한 근본 책임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까닭이다. 당초부터 합리적이고도 치밀하게 대응해야 할 사안을 일단 위기만 넘기고 보자는 식의 임기응변으로 일관해 문제를 악화시켜 놓았다. 그래놓고선 이제와서 시장원리를 부정하는 일을 조장한다면 스스로의 신뢰를 더욱 손상시킬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