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많은 설문 조사를 해봤지만 전망치가 올해처럼 비관적으로 나오기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입니다." 19일 내년도 경기전망을 내놓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CEO포럼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이들은 지금의 경제 상황이 '위기국면'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정치권과 정부가 '4대 입법'과 같은 정치적인 이슈에만 매달리지 말고 민간투자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과 친기업환경 조성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결 같은 비관적 전망 경총 조사에서 최고경영자(CEO) 10명 중 6명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3%대 이하로 올해(한국은행 추정 4.7%)보다도 크게 저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현장의 체감전망이 국내외 주요 경제 전망기관의 예상치 4%대보다 크게 낮다는 얘기다. 경기회복 시점에 대해서는 81%가 '2006년 이후'로 답해 대다수가 내년에도 경기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상승률은 67%가 올해(한은 추정 3.6%)보다 높은 4%대 이상으로 전망했다. 내수부진에 따른 수급 불안과 국제 유가 불안,높은 임금상승 압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수출의 최대 변수인 내년 원·달러 환율 수준에 대해 절반에 가까운 49명이 '1천∼1천49원'으로 관측,최근 환율 수준(지난 16일 기준 1천56.3원)보다도 다소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왜 어두운가 한국CEO포럼 조사에서 기업인들은 내년에 가장 우려되는 경제문제로 민간소비 부진 지속과 건설경기 급랭에 따른 경기 급강하(39%)를 꼽았다. 이어 △수출경기 본격 둔화(25.4%) △'4대 입법'추진 등 경제 외적 불안정 확대(18.6%) △불황속 중산층 붕괴와 신용불량자 증가(11.9%) △부실채권 증가에 따른 금융권 불안정(5.1%) 등을 꼽았다. 기업 외적 환경 중 우려되는 사항으로는 △정치적 이슈에 대한 보수·혁신 국론분열 지속(31.7%) △비생산적 정치이슈로 경제,시장논리 상실(30%) 등이 지목됐다. 열린우리당이 추진 중인 '4대 개혁입법안'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고 현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매우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60%나 됐다. '전체적인 내용에는 동의하지만 경제상황을 고려해 추진시기를 재조정해야 한다'(33.3%)고 답한 응답자가 '장기적으로 꼭 정리돼야 할 사항이므로 경제에 미치는 효과와 상관없이 추진돼야 한다'(6.7%)는 응답자를 압도했다. ◆작은 정부 통한 투자 확대 시급 경총의 조사에 응답한 1백명의 CEO 가운데 53명은 '민간투자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제시했다. 이호성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세금감면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한 '작은 정부'를 통해 민간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CEO들은 이어 △정부 주도의 성장 드라이브 정책(17%) △공공투자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15%) △소득재분배를 통한 성장기반 확충(8%) 등을 경제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기업인들은 높은 임금과 불안정한 노사관계,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 등이 제조업 공동화를 부추긴다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류시훈.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