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장수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기업들의 수명은 아직 인간의 수명과는 비견 할 수 없을 정도로 짧다. 한 연구조사를 보면 세계기업들의 평균 수명은 12년 6개월이라고 한다. 사람으로 치면 한창 팔팔한 나이인 10대에 사망하는 꼴이다. '포천'지가 지난 1970년에 선정한 5백대 기업 중 3분의 1이 13년 뒤에 사라졌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유가 뭘까. 수 많은 경영자들과 학자들의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은 듀폰 코닥 스미토모 미쓰이 지멘스 등 장수기업들을 연구하면서 비결을 찾아내고 있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즉 자본축적과 세상변화에의 대응,기술개발,직원들의 일체감,아이디어의 수용이다. 몇 백년을 살 수 있는 기업이 잠재수명보다 훨씬 짧다는 것은 이 요인들을 소홀히 한 까닭일 게다. 소위 기업의 건강상태를 감시하고 경고하는 '바이틀 사인(vital sign)'을 간과했다는 얘기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들을 소개했다. 대부분이 산업역사가 오래된 유럽의 기업들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세계 최장수 기업은 백제인이 578년 일본 오사카에 세운 곤고구미(金剛組)인 것으로 조사돼 더욱 흥미를 끈다. 장수비결로는 주식회사의 개념이 생겨나기 전이어서 장자상속원칙이 꼽혔고,나머지는 요즘 거론되는 성공요인과 일치했다. 톨스토이가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다"고 했듯이 장수기업들 또한 흡사한 측면이 너무 많은 것이다. 흔히 기업은 생물로 치부되기도 한다. 모든 생물의 세포에는 각각의 종(種)과 색깔 및 형태를 결정짓는 DNA염색체가 존재하듯,장수기업에는 대내외 환경에 적응하면서 '도전적이고 혁신적'이라는 특성인자가 그 영속성을 보장해 주고 있는 것 같다. 기업들이 제대로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일찍 사라지는 것은 사회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 죄악으로까지 거론되곤 한다.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갈 개연성이 높아서다. 이런 점에서 장수기업은 곧 우리의 삶과 직결된 사안이기도 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