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승리 2주년을 맞은 집권여당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대선승리 기념 행사도 갖지 않았다. 대선승리의 공을 세운 우수당원을 선정,시·도당에서 표창장을 수여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국회에서 외부 명망가와 의원 등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기념행사를 치렀던 1년전과 대조적이다. 여기에는 좀처럼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꽉막힌 정국에 직면한 열린우리당의 고민이 그대로 담겨있는 것 같다. 서민들의 주름살이 깊어가는 데도 경제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거창하게 내걸었던 개혁의 성과물도 마땅히 내놓을 게 별로 없다. 여당을 지지하지 않는 세력은 어려운 경제를 이유로 여권을 공격하고 지지층은 지지층대로 미흡한 개혁을 비판하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더욱이 여당 스스로 국보법 연내 폐지에 개혁의 상징적 의미를 부여해온 터라 국보법 처리 연기는 '개혁 후퇴'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이는 자연스럽게 지지층의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보법 연내처리를 포기하면 여당 지지층이 다 돌아설 것"이라는 한 의원의 말에 상당수 의원들이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여당 지도부로선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국보법 처리를 내년으로 넘기자는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면 당장 국회를 정상화해 예산안과 각종 민생·경제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겠지만 당내외 지지층의 압박속에서 이런 타협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부영 의장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야 협상을 지도부에 위임했으나 의원 40여명이 연내처리를 요구하는 등 지도부의 결정을 상당부분 제한하고 싶어하는 흐름이 굉장히 강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정당이 지지층의 이반을 우려하는 것은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여당 스스로 강조하듯이 국민이 바라는 바,민생을 챙겨달라는 것이다. 여당은 언제까지 국민의 뜻과 동떨어진 '국보법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인가.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