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승리 2주년을 맞은 집권 여당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흔한 기념행사조차 없었다. 대선 승리의 공을 세운 우수 당원을 선정,시·도당에서 표창장을 수여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국회에서 외부 명망가와 의원 등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기념행사를 치렀던 1년 전과 대조적이다. 여기에는 좀처럼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꽉 막힌 정국에 갇힌 열린우리당의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 같다. 서민들의 주름살은 깊어가는데 경제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거창하게 내걸었던 개혁의 성과물도 마땅히 내놓을 게 없다. 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세력은 어려운 경제를 이유로 여권을 공격하고 지지층은 지지층대로 미흡한 개혁을 빌미로 등을 돌리는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열린우리당이 '그들만의 싸움'이라는 비판 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국가보안법 폐지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라 할 수 있다. 경제난은 여당이 노력한다고 해도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개혁은 '4대 입법' 등 성과물 여하에 따라서는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했음직하다. 열린우리당이 당초 국보법 연내 처리에 개혁의 상징성을 부여하며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거꾸로 야당과 타협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국보법 처리 연기를 통한 '일괄타결' 카드는 개혁 후퇴로 비춰질 수 있어 지지층의 이반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개혁세력 결집을 위한 강공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형국이다. 말 그대로 여당이 국민의 뜻과 동떨어진 '국보법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당이 국보법 폐지 문제를 놓고 야당과 힘겨루기를 계속하는 동안 민생·경제는 끝없이 표류하고 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하나도 민생이요,둘도 민생"이라고 이부영 의장이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강조한 말부터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