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0일 열린우리당의 `4자회담' 제안을 수용키로 한 것은 막힌 정국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보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4대입법을 둘러싼 여야간 극한대립으로 정기국회에 이어 임시국회 마져 파행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다수 여당의 대화의 손길마저 뿌리칠 경우 정국 파행에 대한 국민의 비판여론을 모면할 수 없는데다 과반 의석수를 내세운 여당의 일방통행식국회운영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19일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넉달만에 여야 대표가 정국현안을 놓고 대좌하게 됐다. 한나라당은 20일 오전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가 `4자회담'을 제안했을 때만 해도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보안법 개폐문제 등 4대입법에 대한 합의처리를 조건으로 국회 정상화에 응하겠다는 제의했으나 여당은 큰틀에선 환영하면서도 기대했던 답변은 건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당 천 원내대표가 20일 4자회담을 새로 제안하면서 박대표의 제안을일축하는 듯한 발언까지 해 당내에서는 4자회담의 수용이 힘든게 아니냐는 부정적인기류가 강했다. 그러나 올해를 10일밖에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임시국회의 파행이 계속되어새해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연장동의안 등 각종 현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여당은물론 야당도 여론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만큼 일단 대화의 테이블로 나가 협상의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반전돼 갔다. 특히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정국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 여당 뿐만아니라 한나라당도 국보법 폐지 절대 반대라는 원칙만을 내세우며 대여관계에서 융통성을 보이지 못해 정국을 파행시켰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여기에 법사위회의실 점거농성이 13일째를 맞는 등 장기화되면서 국보법을 비롯해 4대입법을 여당이 단독처리를 강행할 경우 힘으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현실적인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2시간20여분에 걸친 마라톤 상임운영위에 이어 이날오후 김원내대표 주재로 원내대책회의까지 열고 전격적으로 회담수용을 결정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중에도 천정배 원내대표와 계속 전화통화를 갖고양쪽의 입장을 조율했다는 후문이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모처럼 우리당 의원총회에서 천 원내대표를 비롯해 지도부에 협상 전권을 위임한다는 결정이 내려진 만큼 대화와 타협의정신으로 이 안을 받는 게 좋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여야는 협상의 틀에 대해서만 합의했다는 점에서 협상내용을둘러싸고 여야간 힘겨루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4자회담 수용이 임시국회 정상화로이어지기까지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실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