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가족이 `왕가'로 불리는 데 거부감을 표명하지만 `왕가'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에도 명가가 있다면 상원의원 한명과 대통령 두명, 미국에서 두번째와 세번째로 큰 주의 지사를 배출한 부시 일가에 필적할만한 가문은 거의 없다. 부시 가문은 흔히 민주당의 케네디 일가와 비교되곤 하지만 존 케네디가 대통령이었던 기간은 1천일 남짓에 불과하지만 두명의 부시가 대통령으로 재직한 날은 부시 대통령의 두번째 임기까지 감안하면 4천383일에 이른다. 더욱이 케네디 가문에서더이상 새롭게 공직을 맡을 인재가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반면 부시가에서는 차세대정치인으로 두각을 나타낼 신예들이 줄을 서 있다. 시사 주간지 타임 최신호(12월27일ㆍ1월3일자 합병호)는 부시 대통령을 `올해의인물'로 선정한 것을 계기로 부시 `왕가'의 역사와 성공요인을 심층 분석한 특집 기사를 보도했다. 타임은 부시 가문이 걸어온 길은 공화당의 변천사와 맥을 같이 하며성공한 부시 가문의 인사들은 모두 실패를 딛고 일어선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부시 집안이 배출한 첫 고위 공직자이며 부시 대통령의 할아버지인 고(故) 프레스콧 부시 전(前) 상원의원은 지금은 민주당의 아성이 된 매사추세츠주 출신이었다. 그러나 공화당의 주력이 남부와 서부로 옮겨 가면서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그의 동생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 역시 남부와 서부 지역에서 터를 잡았다. 이들이 지향하는 이념도 마찬가지여서 부시 전 상원의원이 온건 공화당 노선이었다면 부시 전 대통령은 레이건주의자로 분류된다. 부시 대통령이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재선에 성공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부시 지사는 사형제도와 안락사, 동성애 등 사회적 현안에 관해 부시 가문 인사들중 가장 보수적 성향을 지닌 것으로 분석된다. 공화당 주류 이념노선과 흐름을같이 해 세대를 내려갈수록 보수성향이 짙어지는 양상이다. 부시 가문이 승승장구만을 거듭한 것은 아니다. 부시 전 의원은 1950년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했고 부시 전 대통령 역시 1964년 상원의원에 도전했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 부시 대통령과 부시 지사 역시 각각 1978년과 1994년 하원의원및 주지사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가족들의 실패에서도 교훈을 얻어 결국에는 승리했다. 한 지인은 이들을 파상적인 레이저 공격을 받아도 살아남는 공상과학소설의 주인공들에 비유했다. 여느 다른 집안과 마찬가지로 이 가문의 구성원들에게도 개인적인 비극이나 실책, 구설도 많았다. 고등학교 때 리무진을 타고 등교했던 부시 전 대통령은 `황량한'텍사스로 이주한 뒤 첫딸을 잃는 아픔을 겪었고 잘 알려진대로 부시 대통령은 40세가 될 때까지 사업실패와 무책임한 사생활로 `방황하는 청춘' 시절을 보냈다. 부시지사의 아내 컬럼비아는 관세법 위반으로 벌금에 처해졌고 이들의 딸 니콜은 약물중독에 시달렸다. 부시 대통령의 동생 닐 부시는 이혼과정에서 물의를 일으켰으며 부시 대통령의쌍둥이 딸 바버라와 제나는 술을 마시기 위해 신분증을 위조했다 적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비극과 실책조차도 유권자들과의 정서적 유대를 강화시켜 오히려 선거전에서는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타임은 분석했다. 부시 집안은 어느 가문에 비해 자랑할 일도 많겠지만 가족들은 겸양을 가훈처럼떠받들고 있고 특권층으로 비쳐지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타임은 지적했다. 이 집안에 대해 잘 아는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은 이 집안이 강조하는 윤리는 "건방 떨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시 가문의 영광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쥐고 있는 사람은 부시 지사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지난 10월 부시 대통령의 후임자를 뽑게될 2008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 측근은 그의 출마를 원하는 부시 가문의 `사무라이들'이 많기 때문에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부시 지사가 나설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부시 지사의 아들 프레스콧 부시는 차세대 재목으로 분류된다. 멕시코계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용모와 유창한 스페인어 실력은 미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에게 큰 호소력을 지닐 수 있다. 이는 올해28세인 프레스콧 부시가 주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