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시즌을 맞은 사법연수원 졸업예정자들의 연봉이 최고 3배까지 벌어지는 '변호사 몸값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메이저 로펌에 스카웃될 경우 1억원에 가까운 연봉과 해외연수 등을 보장받는 반면 일부 졸업예정자들은 대기업이나 공사의 평직원 직급에 3천5백만원 안팎의 연봉에도 입사를 마다않고 있다. 장기불황의 여파로 변호사 인력수요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연수원 성적이 신통치 않은 졸업예정자들을 중심으로 '변호사 몸값 파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20일 사법연수원 및 법조계 등에 따르면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을 비롯해 태평양 세종 광장 등 대형로펌은 내년 2월 정식 변호사로 채용되는 34기 연수원생을 대상으로 한 연봉 협상에서 세후 평균 9천만원을 넘는 수준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아진 액수로,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전반적인 경기상황에 비춰 볼 때 '선망의 고연봉'인 셈이다. 특히 군 법무관을 마쳤거나 연수원 성적이 50위권 이내인 우수한 새내기 변호사인 경우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중형 로펌의 경우 입사연봉이 세후 5천만∼6천만원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다. 일부 안정실속파 연수원생들은 '일단 자리부터 잡고보자'는 전략을 택하면서 연봉 4천만∼5천만원 수준으로 하향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로펌 관계자는 "성적도 괜찮은 편인데 희망 연봉란에 4천만원을 적어내는 연수원 졸업자가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일반 기업으로 진출하는 변호사들의 연봉도 수천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등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통상 5천만∼6천만원 수준에서 신입 변호사 연봉을 책정해왔고 일부 '글로벌급' 우량대기업의 경우에는 대형 로펌 수준에 버금가는 연봉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장기불황 여파로 변호사의 일자리 수요도 줄어들면서 3천만∼3천5백만원에 연봉협상을 끝내는 연수원생들이 늘고 있다. 직급 역시 3∼4년 전만 해도 과장급이 주류였지만 최근엔 대리,심지어 평사원 수준으로 낮아지는 '신입 변호사 직급 하향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굴지의 금융회사 한 인사담당자는 "얼마전 변호사 1명을 채용하는데 평직원 대우인 데도 20여명이 몰렸다"고 밝혔다. 이처럼 연봉세일에 나선 연수원생들이 늘어나자 몸값 파괴를 자제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 연수원생은 내부 게시판에서 "일단 취업부터 하고 보자는 생각에 로펌을 지원하면서 월 3백50만원을 부르고,기업에 가면서 월 2백50만원을 부르는 것은 동료들의 몸값까지 함께 끌어내리는 자해행위"라며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최근 연수원생들을 상대로 취업설명회를 가진 한 대기업 관계자는 "법률전문가 공급이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변호사 업계에 시장경쟁 원리가 확대적용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업체로선 우수인재를 선별채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강동균·정인설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