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병이나 야경증 등의 수면장애 환자들이 밤에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무의식 속에서 헤매는 이유를 국내 연구진이 규명해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희섭 박사팀은 뇌속 시상핵(視床核)에 있는 'T 타입 칼슘채널' 유전자가 손상되면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15일자에 실렸다.


연구 팀에 따르면 사람과 동물은 잠을 자는 동안 몸으로 의식은 못하지만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위험한 자극을 감지할 수 있는 기능이 자연적으로 존재한다.


정상적인 경우 깊은 수면으로 알려진 '서파 수면(slow wave sleep)' 단계에서는 뇌에서 '델타파'라고 불리는 1~4㎐ 범위에 해당하는 느린 주파수의 뇌파가 주로 관찰된다.


이는 뇌의 구조물 가운데 피질과 시상의 전기 생리학적 상호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시상의 '중계뉴런'에 있는 T 타입 칼슘 채널이 이 델타파의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 팀은 실제 T 타입 칼슘채널 유전자를 제거한 돌연변이 생쥐를 만들어 잠을 자는 동안 나타나는 뇌의 전기적 활동을 관찰한 결과 생쥐는 서파 수면 동안에 정상적으로 나오던 델타파가 소멸됐다고 밝혔다.


또한 수면 중 잠깐 동안 깨어 있을 때와 같은 뇌파를 보이는 상태인 '단기각성' 현상의 발생 빈도 및 그 양이 정상 생쥐에 비해 크게 증가해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전자 조작으로 생쥐의 수면 현상이 달라진 것은 T 타입 칼슘채널 유전자가 깊은 잠을 자는 동안 나타나는 델타파의 생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수면상태와 각성 상태의 변화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 팀은 덧붙였다.


신 박사는 "몽유병,야경증 등의 수면장애는 유전적 영향이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T 타입 칼슘채널이 이러한 수면장애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