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앤큐리텔이 미국 오디오박스에 휴대폰 16억달러 상당을 자체 브랜드로 수출키로 함으로써 팬택계열은 '세계 5대 휴대폰 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팬택앤큐리텔은 북미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휴대폰 시장에 진출한지 7년만에 자체 브랜드로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팬택(PANTECH)'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운다는 비전 실현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16억달러는 휴대폰 단일 수출건으로는 최대 규모다. CDMA에 주력하는 팬택앤큐리텔과는 달리 주로 유럽형(GSM) 휴대폰 시장을 공략해온 팬택도 자체 브랜드 비중이 최근 50%선을 넘어서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팬택계열은 '팬택→GSM;팬택앤큐리텔→CDMA+내수'를 기본 구도로 '팬택'이란 통합 브랜드를 사용해 해외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은 "내년에는 자체 브랜드 해외사업에 역점을 둬 올해보다 36% 늘어난 30억달러(2천5백만대)의 수출 실적을 거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팬택계열의 자체 브랜드 전략은 수익성 개선과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팬택앤큐리텔의 매출에서 북미지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북미 최대 유통업체인 오디오박스를 통해 이뤄진다. 팬택앤큐리텔은 올 초 오디오박스를 아예 인수해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든든한 창구로 활용하려 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중국계 미국 통신장비업체인 UT스타컴이 오디오박스를 인수함에 따라 팬택앤큐리텔은 독자노선을 구축하는 작업을 서두르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UT스타컴으로선 당장은 기술력이 달려 앞으로 1,2년 간은 팬택앤큐리텔과 오디오박스와의 제휴관계를 유지시키겠지만 CDMA 사업에 뜻을 둔 만큼 언젠가는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며 "팬택앤큐리텔은 자체 브랜드 구도를 확실히 굳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배경에서 팬택앤큐리텔은 올 하반기 들어 LA 현지법인을 미주 본사로 확대 개편하고 6개 거점 도시에 지사를 두는 등 북미사업 재정비에 나섰다. 내년 초까지 미주 현지인 1백명을 채용하고 상품기획,연구·개발,물류 등의 사업체계도 완비한다는 전략이다. 팬택도 비슷한 상황이다. 팬택은 그동안 세계 3대 휴대폰 메이커인 모토로라에 제조자설계생산(ODM) 방식으로 CDMA 단말기를 공급해왔지만 내년 말이면 계약이 끝난다. 이에 대비해 팬택은 GSM 사업에 주력키로 하고 작년말부터 동남아시아 러시아 중동 중남미 등 신흥시장을 위주로 '팬택' 브랜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