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포커스] 수도권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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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권 시세는 분양가보다 더 내리지는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믿음(?)이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같은 통념이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
특히 전매가 가능해 투자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높은 분양권에서도 마이너스 프리이엄(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이 나오고 있어 업계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업계는 거래를 할 수 없어 시세가 표면적으로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전매불가' 분양권 가운데서도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적지않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혜택이 함정(?)
1~2년 전 분양 당시 큰 메리트로 여겨졌던 각종 금융혜택이 결국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불러온 꼴이 됐다.
충분한 자금없이 무리하게 아파트 투자에 나섰던 사람들이 마이너스 프리미엄에 매물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부터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용인시 고림동 '페리엔'(한국토지신탁) 32평형 분양권은 분양가(1억4천3백80만원)보다 최고 1천만원 싼 값에 매물로 나왔다.
분당공인 관계자는 "중도금 무이자 대출이었기 때문에 계약금만 내고 투자목적으로 분양받은 사람들이 상당수"라며 "이제는 팔리지도 않고 잔금을 마련할 길도 없어 헐값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자후불제를 실시했던 경기도 시흥시 월곶동 '월곶3차 풍림아이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교육시설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마이너스 프리미엄 신세로 전락했다.
현지 소망공인 관계자는 "분양권을 지금 팔아도 이미 대출받은 중도금 이자는 모두 갚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 손해는 훨씬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동두천 지행동 '현진에버빌' 35평형은 지난해 5월 분양가의 5%인 8백25만원만 계약금으로 받고 분양해 투자자들이 많이 몰렸다.
그러나 이제 "'계약금을 포기할테니 팔아달라'는 매물까지 나오고 있다"고 인근 리치공인 관계자는 전했다.
◆수도권 전역에서 발생
재건축 아파트에서는 조합원 매물이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부추기고 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월계역 신도브래뉴' 32평형은 분양가(2억5천1백만원)보다 평균 2백만원 싼 값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인근 한빛공인 관계자는 "실제로는 5백만원 가량 싸게 살 수 있다"며 "취득원가가 싼 재건축 조합원들이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나홀로 아파트인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지벤스타'(신원종합개발)와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 '명지 해드는터'에서도 평형별로 수백만원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명지해드는터 32평형은 올해 초까지만해도 프리미엄이 최고 1천만원 가량 붙었지만 이제 분양가보다 1천만∼1천5백만원 싼 급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엘지공인 관계자는 "가구수(1백71)가 적은 데다 인근 호평·평내지구의 집값까지 약세를 보이면서 거품이 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시 서구 왕길동 마전지구 내 '신명스카이뷰 드림' 38평형의 분양권도 분양가보다 1천만∼1천3백만원 저렴하다.
시내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는 데다 인근에서 공급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