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 새우깡 초코파이….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장수 히트상품들이다.


매일 수십 수백 가지 새상품이 쏟아지는 시장에서 수십년간 경쟁력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이 장수 히트상품을 만드는 것일까.


신제품 개발 과정,부서간 협동,신기술 습득 등만으로는 히트상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


LG경제연구원은 히트상품을 만들기 위한 충분 조건으로 기발한 아이디어 창출능력과 성공적인 시장진입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90년대 식혜음료가 이를 말해준다.


당시 농산물 시장 개방의 파고를 타고 국내에는 농민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신토불이 운동이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93년에 태어난 것이 식혜음료다.


맨 처음 이 음료를 내놓은 회사는 월 매출 2백억원을 돌파하며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뒤늦게 뛰어든 60여개 업체들은 시장점유율이 50%에도 못미쳐 고전을 겪었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사회적 흐름에 맞는 상품을 개발,적기에 내놓을 때 대박을 터뜨린다.


최근 사회의 큰 흐름 중 하나는 웰빙이다.


올해 한경소비자대상을 받은 히트상품들도 웰빙바람을 타고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비타음료 부문의 광동제약 '비타500'은 웰빙이라는 시대흐름에 소비자가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다.


비타500은 전통의 박카스를 맹추격하고 있다.


음지에서 거래되기 일쑤이던 건강보조식품이 당당하게 양지에서 거래되기 시작한 것도 웰빙 라이프를 희구하는 소비자들의 욕구 때문이다.


해초에서 추출한 대상 클로렐라가 건강보조식품 부문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은 것은 소비자 눈의 초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대변한다.


한방화장품이란 새로운 장르를 열면서 온라인 유통채널의 히로인으로 등장한 참토원의 '황토솔림욕'은 한국인 고유의 웰빙정서에 들어맞으면서 급상승 궤도에 올라섰다.


웅진코웨이개발의 비데 '웅진룰루',비데전용 화장지인 대한펄프의 '비데후엔',공기청정기 부문의 '청풍무구'도 웰빙 라이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만족시켰다.




발상의 전환으로 새시장을 개척한 사례도 있다.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는 '화장품은 고가품'이란 고정관념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미샤의 성장은 일본의 장기불황기에 혜성처럼 떠오른 저가 의류 브랜드 '유니크로'를 연상케한다.


미샤는 소비자의 생각을 인터넷을 통해 재빨리 모아 제품에 반영함으로써 '폭발적인 매출증가'를 얻을 수 있었다.


히트상품은 흔히들 '타이밍의 미학'이라고 한다.


시대흐름이 변곡점을 이루기 직전 시장에 선보이고 시장에 안착할 때까지 '올인'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외국기업의 연구개발조직 1백22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상품개발의 성공 요인으로 31.6%가 '정확한 수요 대응과 제품출시 시점 선택'을 꼽고있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출시 적기를 놓치면 성공할 수 없게 된다.


경영컨설팅업체 매킨지는 "하이테크 산업에서 신제품 출시가 6개월 늦어지면 제품 수명주기상 총 잠재이익의 30% 정도를 잃는다"고 분석한다.


90년대에 시장에 잠시 나왔다가 사라졌던 자일리톨껌이 2000년대 다시 등장해 껌 시장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은 것은 출시 타이밍의 중요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히트상품 중 초기부터 성공한 사례는 오히려 드물다.


일정기간 소비자에게 익숙해진 뒤 도약하는 상품이 상당히 많다.


80년대 중반 등장했던 떠먹는 요구르트,생수는 90년대 들어 급성장했다.


기업은 '수요의 파도'에 적응해야 한다.


훌륭한 서퍼는 첫번째 파도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때를 기다려 가장 오래 탈 수 있는 파도를 찾아내야한다.


유행의 출현,신제품 수요의 증가 시점등 티핑 포인트를 찾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인다는 뜻이다.


팩스가 처음 선보인 것은 지난 1984년.


하지만 2년간 제자리 걸음을 하다가 87년 무려 1백만대가 팔려나갔다.


티핑 포인트는 87년이었던 셈이다.


길고 강력한 파도를 티핑 포인트에서 탈 수 있는 서퍼가 돼야 장수하는 히트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