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금액이 1조원대로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승부처중 하나로 주목받는 진로.수수료 1%만 적용해도 1백억원이 떨어지는 만큼 초대형 거래를 따내기 위한 국내외 금융사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결국 이 거래는 미국 메릴린치에 돌아갔다.


올해 M&A 시장의 또 다른 빅카드였던 대우종합기계 매각도 마찬가지.스위스계 CSFB가 매각 주간사로 선정됐고,우선협상대상 1순위인 두산중공업측 인수 주간사는 모건스탠리가 맡았다.


매각과 인수측 주간사 모두 외국계가 차지한 것이다.


정재호 굿모닝신한증권 IB(투자은행)본부장은 "초대형 M&A뿐 아니라 대규모 채권 발행과 기업공개(IPO) 등 알짜 투자은행 업무는 대부분 외국계가 독차지하고 있다"며 "정부가 IB 육성에 나선 지금 업계도 스스로 역량을 키우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돈 인력 금융기법 모두 열세


올 들어 13건의 초대형 M&A(매각대금 기준 5천억원 이상) 중 1건을 제외한 12건은 모두 외국계가 주간사를 차지했다.


회사채 발행도 1천억원이 넘는 규모는 절반 이상이 외국계 몫이었다.


D증권사 채권인수팀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는 주로 중소기업이 발행하는 소규모 채권만 맡는데 수수료마저 외국계의 절반에도 못미친다"고 전했다.


기업들의 대규모 해외 DR(주식예탁증서) 발행 시장도 외국계의 안방이나 다름없다.


정 본부장은 "국내 금융사들이 하는 기업금융은 수수료를 기반으로 한 용역이나 자문 업무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령 M&A의 경우 투자은행의 핵심인 인수금융은 못하고 단순 중개와 자문 업무만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는 "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주식매매 중개)에 의존한 영업방식을 몇십년간 고수해온 뼈아픈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런 현실을 인식,국내 금융회사들도 IB업무를 위한 조직 재편에 한창이다.


금융지주회사들은 증권사를 인수해 기업여신을 통해 쌓은 은행 노하우를 접목시키려 하고,대형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IB 전문가 확보에 나서는 등 관련 업무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자금력 전문가 금융기법 국제네트워크 등 모든 면에서 열세이다 보니 한번 빼앗긴 시장을 되찾기는 쉽지 않은 형국이다.


운좋게 외국계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더라도 수수료 분배에서 국내 금융사가 받는 차별 대우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내 금융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 덤핑까지 발생,웬만한 규모의 주간업무가 아니면 비용이 더 들어간다.


◆은행 중심 벗어나 제3의 길 모색해야


국내 금융사들이 IB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금융시장이 은행 중심으로 흘러온 데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재우 리먼 브러더스 한국지점 대표는 "은행의 농경민적 사고방식은 모험심 많은 증권사들의 '사냥꾼' 기질을 가로막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선진국형 투자은행 업무는 본질적으로 리스크를 지지 않고는 불가능한데 보수적인 국내 은행들의 마인드로는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은행 중심에서 벗어나 제3의 길을 찾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광남 삼성증권 IB본부장은 "한국형 IB를 키우는 데는 한 가지 길만 있는 게 아니다"며 "지주회사든 독립된 증권사든 자기 자본과 자산을 확충해 덩치를 키우고 강점 있는 기업금융 부문을 특화시켜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