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일본이나 유럽은 예상보다 큰 타격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효환율로 따지면 엔이나 유로의 절상 폭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과 유럽중앙은행(ECB)이 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나서지 않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일본=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강세에도 불구,일본이 팔짱을 끼고 있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명목실효환율(교역량 가중치로 환산한 환율) 기준으로는 엔화 가치가 아직도 올해 초보다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엔화가 유로화에 대해 약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엔화가치는 실질실효환율(명목실효환율에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한 환율)로 따져도 과거 10년치 평균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기간 중 미국의 물가는 오른 반면 일본의 물가는 떨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엔화가 달러화 대비 최고를 기록했던 지난 95년의 달러당 80엔 수준에 도달하려면 오늘날 명목환율로는 달러당 60엔까지 절상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최근 엔고(高)에도 상대적으로 느긋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일본이 과거 외환시장에 개입했던 이유는 디플레와 싸워 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서였는데 디플레이션을 벗어난 지금은 그럴 필요성이 훨씬 적어졌다. ◆유럽=유로화 역시 지난 3개월간 달러에 대해 10%가량 절상됐지만 명목실효환율 기준으로는 4.6%,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는 1% 각각 절상된 데 불과하다. 로이터통신은 ECB가 시장 개입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이처럼 유로화 절상 폭이 실제로는 크지 않은 데다 유로권의 수출이 주로 역내에서 이뤄지고 있어 수출 감소 효과도 미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로권 국내총생산(GDP)은 80% 이상이 역내에서 창출되고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불과하다. 게다가 2002년 이후 유로권의 역외수출은 유로화의 급속한 절상에도 불구,오히려 지속적인 상승커브를 그려왔다. 유로화 강세가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시키는 것도 ECB가 달러 약세를 방관하는 또 하나의 배경이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