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문제가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도덕적 책임을 내세우며 LG그룹의 추가출자를 강력히 요구하는 채권단 입장과 시장원리에 따른 해결을 강조하는 LG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회사를 청산하는 문제마저 거론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하지만 LG카드가 청산되는 최악의 사태는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를 크게 웃돈다는 사실은 굳이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이미 경영정상화를 위해 5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데다 회사 사정도 최근 몇달간 연속 흑자를 낼 정도로 호전된 상황이다. 기껏 이 정도까지 기력을 회복시켜 놓고선 이제와 회사를 청산한다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선택일 것이다. 물론 청산까지 들먹이며 LG그룹의 참여를 종용하고 있는 채권단의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정부의 압력에 밀려 어쩔 수 없이 회사를 인수한 것인데다 부실규모마저 예상보다 크니 억울한 느낌이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볼 때 LG카드는 이미 LG그룹의 손을 떠나 채권단에 의해 경영돼 온 만큼 이번 사태는 채권단이 알아서 처리해야 할 사안이다. LG그룹은 채권단과 맺은 확약서에 따른 의무를 이행한 이상 증자참여를 강요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LG전자와 LG화학이 이미 추가출자 거부 입장을 밝힌 사실이 보여주듯 LG그룹이 증자에 참여하는데는 현실적 어려움도 크다. LG 계열사들이 추가출자결의를 할 경우 해당 기업 임원진들이 소송 등 주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LG카드가 청산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채권단과 LG그룹측이 입게 될 엄청난 손실은 차치하더라도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미칠 부작용이 너무도 큰 까닭이다. 게다가 양측은 국민들의 거센 비난여론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때문에 양측이 서로 한 발씩 양보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회사를 계속 존속시킬 경우 양측이 얻게 되는 이익규모를 정확히 파악한 후 그 비율에 따라 증자금액을 배분하는 방식 등 다양한 대안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제 연말까지는 시간 여유도 별로 없다. 양측이 서로 명분을 살리고 회사도 살릴 수 있는 합리적 해결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