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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제언-금융틀 다시 짜자] <6ㆍ끝> 외국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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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 금융재벌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씨티그룹의 탄생은 극적인 인수 합병의 산물이다. 역사는 6년전 1998년 2월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워싱턴 DC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기위해 파크하이야트 호텔에 머물던 샌디 웨일 트레블러스 회장은 같은 호텔에 투숙한 세계 최대 은행그룹 시티코프의 존 세퍼드 리드 회장에게 면담을 신청한다. 안면이 별로 없던 웨일의 면담 신청을 받은 리드 회장은 자선행사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하려는 정도로 생각하고 웨일의 방을 찾아갔다가 충격적인 제안을 듣는다. "존,내게 흥미있는 아이디어가 있습니다.합병하겠습니까?"(웨일 회장) "뭐요,당신한테 이런 말을 들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않았습니다.당신이 이상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이런 제안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리드 회장) 그렇게 시작된 트래블러스와 씨티코프의 합병 논의는 예상을 깨고 신속하게 진행된다. 트래블러스는 보험사와 증권사,투자은행 업무를 하는 이른바 2금융권.반면 씨티코프는 전통적인 은행업무와 크레디트 카드에 주력하면서 전 세계에 막강한 지점망을 갖고 있던 대표적인 1금융권이었다. 합병을 2금융권인 트래블러스가 주도한 것이다. 트래블러스로선 씨티코프와 한 몸이 되는 게 덩치를 키우기 위한 최적의 전략이었다. 씨티코프의 크레디트 카드 고객에게 보험연금상품과 자회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의 뮤추얼펀드를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씨티코프로서도 구미가 당기는 합병이었다. 씨티코프는 트래블러스가 갖고 있는 주식 브로커와 보험 에이전트를 통해 비자카드와 결제계좌를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게다가 씨티코프가 확보하고 있는 기업 고객들에 대해서도 트래블러스의 자회사 살로먼스미스바니를 통해 주식 및 채권 발행 업무와 M&A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서로의 약점을 보완,상생의 확장 전략을 펼 수 있는 절묘한 조합이었던 것이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합병 논의는 물흐르듯 진행돼 합병이 거론된 지 2개월도 안된 4월4일 두 회사의 이사회가 합병을 승인했다. 합병 작업에 가속도를 붙인 인물이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었다. 당시만 해도 은행이 증권업이나 보험업을 겸업하지 못하도록 한 글래스 스티걸 법이 살아있었다. 이 법은 미국이 대공황을 겪으면서 수많은 은행들이 증권업에 손댔다가 파산하고 금융시장에 위기를 초래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은행업과 증권업 사이에 장벽을 친 것이다. JP모건은행이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를 분리한 것도 이 법이 제정된 지 1년 후인 1934년이었다. 90년대 들어서면서 금융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대명제에 따라 글래스 스티걸 법도 폐지하거나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는 있었다. 하지만 법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트래블러스와 씨티코프의 합병은 쉽지 않았다. 웨일 회장은 그린스펀 의장을 찾아갔다. 일단 현행 법에 따라 합병을 승인해주면 일정 시간 안에 합병 법인을 법에 맞게 정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다행스럽게 그린스펀 의장은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은행 보험 증권업간의 장벽을 없애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트래블러스와 씨티코프의 합병도 그런 차원에서 적극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해서 글래스 스티걸 법의 규제를 피해 합병을 성사시켰고 합병 합의가 이뤄진 지 1년이 조금 지난 99년 11월29일 글래스 스티걸 법은 폐지됐다. 금융회사간 장벽은 필요 없다는 그린스펀 의장의 지지로 1,2금융권의 합병이 순조롭게 이뤄진 셈이었다. 그리고 1년 후 덩치가 상대적으로 작았던 트래블러스측의 웨일 회장이 단독 CEO로 올라섰다. 이후 경영의 무게는 투자은행쪽으로 급속히 넘어가 오늘에 이른 것이다. 웨일 회장은 원래 작은 증권회사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코넬대를 졸업했지만 유태인이라는 인종적 장벽 때문에 월가의 간판 회사에 발을 붙이지 못했다. 좌절을 겪던 그는 60년 5월 4명의 유태인 친구들과 월가의 한 귀퉁이에 '카터 벌린드 포토마 앤드 웨일'이라는 미니 증권사를 세웠다. 그때부터 승승장구,합병에 합병을 거듭하면서 오늘의 금융 제국을 건설한 것이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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