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시장은 외국 투자회사의 즐거운 놀이터" 지난 10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지는 외국 투자회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는 한국 금융시장을 이렇게 묘사했다. 실제 지난 5년간 예금보험공사가 매각한 부실기업 및 채권의 98.5%가 외국계 투자회사로 넘어갔다. 문제는 이들의 "원맨 플레이"가 지금도 진행중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이제는 경제의 뿌리가 되는 기업의 경영권 자체가 외국계로 넘어가는 심각한 상황이다. 예컨대 극동건설은 미국계 론스타로 주인이 바뀌었다. 론스타는 이미 외환은행도 '접수'해놓은 상태다. 한국의 대표 소주 '참이슬' 제조업체인 진로는 일본 아사히맥주가 롯데와 함께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부동산도 이들의 유력한 사냥감이다. 론스타는 현대산업개발로부터 6천억원에 인수한 서울 강남 스타타워빌딩을 싱가포르투자청에 9천억~1조원선에 팔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 투자회사들이 한국 금융시장은 물론 제조업과 부동산까지 지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일 LG카드가 정상화된 뒤 씨티그룹이 이를 인수할 경우 수백만명의 카드회원이 씨티의 고객이 될 것이고 이는 카드업계뿐 아니라 금융산업 전체의 판도를 바꾸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뒤늦게마나 국내 자본의 반격 움직임도 일고 있다. 사모투자회사(PEF) 설립을 계기로 미래에셋 등 '토종자본'이 외국자본과의 한판 승부를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국내 자본은 외국계에 비해 절대 열세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국내 자본에 대한 정부의 '역차별 규제'도 문제다. 예컨대 진로 입찰에 주류회사 참여를 막는 공정거래법이나,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원칙 등 국내 기업과 자본의 발만 묶는 식의 규제는 하루빨리 철폐돼야 한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지적이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