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몰카 리서치'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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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카메라'를 슈퍼마켓이나 백화점,패스트푸드점 등에 설치해 놓고 방문객 수와 이들의 성별,연령별,인종별 분포는 물론 구매 행태까지 파악해 분석하는 신종 마켓 리서치업이 미국에서 성행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이를 통해 유통 업체들은 손쉽게 고객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사생활 침해 논란도 일고 있다.
◆눈동자 움직임까지 잡는다=미국의 슈퍼마켓 백화점 등에 설치되고 있는 '마켓 리서치용 몰래카메라'는 용도 크기는 물론 성능 면에서도 기존의 단순한 보안카메라와는 다르다.
보안카메라가 단지 비디오 녹화만을 하는 것에 비해 이 카메라는 실시간 디지털 영상을 컴퓨터로 보내 바로 화면 분석이 가능하게 해준다.
우선 고객의 얼굴 모양을 토대로 인종과 성별 연령을 순간적으로 읽어낸다.
또 물건을 고를 때 진열대에서 고객의 눈동자가 어떤 상품에 얼마나 머무는지,고객의 시선이 어떤 동선을 그리는지,웃는 표정인지,얼굴을 찌푸렸는지 등도 알아낸다.
몇 명의 고객이 왔는지는 기본이고 구경만 하고 간 사람은 몇 명이고,실제로 구입한 사람의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등의 자료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손님이 음식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메뉴판을 보는 시간,주문할 때 걸리는 시간까지도 일일이 계산해 낸다.
이 같은 정보는 메인 컴퓨터에서 실시간 업데이트되기도 하고 필요할 경우 며칠 분량의 비디오를 특정 목적으로 수시간 안에 검색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 업체는 시카고에 본사를 둔 쇼퍼트랙(ShopperTrak).이 회사는 3백80개 쇼핑몰과 1백30개의 소매점에서 4만여개의 카메라로 얻은 정보를 이코노미스트 은행가 소매업자들에게 제공한다.
또 신용카드회사 은행 등으로부터 얻은 자료까지 취합,전체 소매업 매출액 등도 추산한다.
빌 마틴 사장은 "우리가 파악하는 소매 통계는 정부가 발표하는 것과 유사하지만 두달 먼저 자료를 입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중저가 의류 업체인 갭과 바나나 리퍼블릭,신발유통 업체 페이리스슈소스 등이 이 회사의 주요 고객이다.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도=보안카메라가 도난 방지 목적 때문에 눈에 잘 띄는 곳에 설치돼 있는 것과 달리 마켓 리서치용 카메라는 상품 진열대나 계산대 구석 등에 숨겨져있다.
크기도 아주 작아 고객은 자신이 찍힌다는 걸 알 수도 없다.
이에 따라 소비자단체 등에서는 사생활 침해를 들어 무차별적 사용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 권리 단체 프라이빗시티즌의 설립자 로버트 벌매시는 "물건을 사러 매장에 들어갔다고 해서 나를 기니피그(모르모트처럼 실험용으로 사용하는 동물의 일종)로 취급해도 좋다고 허용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관련 업체들은 시장 분석용으로 사용 후에는 관련 영상을 폐기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소비자단체에서는 그 같은 말을 믿을 수 없다고 반박한다.
WSJ는 "안전목적 때문에 보안카메라에는 비교적 관대한 사람들이 마켓 리서치용 몰카에 대해서도 참고 넘어갈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