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당근없는 LG카드 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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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한 분담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나설 수 있습니까."
LG카드 증자 요구에 시달리는 LG그룹의 관계자는 22일 "솔직히 LG카드와 채권 금융회사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9월부터 월별 흑자를 내는 등 구조조정 성과를 낸다고 홍보해온 LG카드가 갑자기 청산위기에 몰렸다며 1년전 경영권을 내놓은 옛 주인한테 증자대금을 요구하는 게 '생뚱맞다'는 반응이다.
재계 일각에서도 채권단과 LG카드측이 제시한 해법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증자대금 1조2천억원중 7천7백억원이나 출자전환하라고 협박하면서 LG측에 '의무'만 요구했지 '당근'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LG측에 LG카드의 '경영투명성'을 확인해보면서 투자손실을 최소화할 유인책을 채권단이 제시해야 한다는 견해다.
LG가 LG카드의 회생 가능성과 과다한 대손충당금 설정 등에 대한 의혹을 풀도록 하는 게 '협상의 ABC'라고 재계는 지적했다.
실제 LG카드는 지난 9월말 충당금 잔액을 3조5천억원,위험자산(대환론+30일 이상 연체자산) 대비 64%로 다른 카드사보다 엄청 보수적으로 쌓았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LG측에 왜 증자대금의 64%인 7천7백억원을 출자해야 하는 지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증자 배분기준과 비율을 도출할 제3의 위원회 등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재계는 청산협박만 해도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이용고객이나 가맹점,개인 채권자들이 큰 불편과 피해를 입을 게 뻔한데 비현실적인 압박카드라는 것.
차라리 법정관리 카드를 꺼냈더라면 채권 채무 재조정을 해야할 LG그룹이 지금처럼 완강하게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란 가정에서다.
LG카드 증자문제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이 상대방의 약점을 노리고 감정을 자극할 게 아니라 차분하게 '윈-윈전략'을 짜야 할 때다.
정구학 산업부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