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초고속인터넷 강국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뒤늦게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확충에 나선 일본은 한국보다 2배 빠른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에서는 일본이 이미 한국을 앞질렀다. 게다가 브로드밴드 장비시장에서도 저가공세를 펴고 있는 중국 업체들에 쫓기고 있는 양상이다. 일본에서 초고속인터넷 속도경쟁이 불붙으면서 국내 초고속인터넷 장비 업체들은 호황을 맞고 있다. 다산네트웍스 우전시스텍 등은 최근 1백Mbps급 VDSL(초고속디지털가입자망) 장비를 잇따라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다산네트웍스는 최근 일본 솔리션시스템스에 71억원 규모의 1백Mbps급 VDSL 장비를 공급키로 계약을 맺은 것을 비롯 올해 들어서만 일본에 3백억원 규모의 DSL 장비를 수출했다. 우전시스텍도 일본 닛쇼일렉트로닉스 마루베니 등에 이달에만 3억엔(30억원) 규모의 초고속인터넷 장비를 공급하는 등 올해 일본에 1백30억원 가량을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사장은 "일본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는 기가급을 먼저 내놓기 위해 경쟁을 벌일 정도로 서비스 업체들 사이에 속도경쟁이 뜨겁다"고 말했다. NTT 야후BB 등 일본 브로드밴드 서비스 업체들은 최근 1백Mbps급 VDSL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KT가 50Mbps 상품을 내놓은 것에 비하면 서비스 품질 면에서 일본이 한 수 위에 오른 셈이다. 일본 업체들은 또 차세대 브로드밴드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는 기가비트급 FTTH(광가입자회선) 서비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FTTH는 광케이블을 통해 전송속도가 최소 1백Mbps에 달한다. KT를 비롯한 한국 통신업체들은 막대한 투자비 때문에 내년에나 FTTH 인프라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일본 DSL 가입자는 1천2백만명으로 한국(6백70만명)을 크게 앞질렀고 FTTH 가입자도 1백41만명에 이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 등 국내 통신업체들이 투자를 꺼리는 바람에 초고속인터넷 인프라에서 일본에 뒤처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주도해온 초고속인터넷 장비도 중국에 위협받고 있다. 일본 유럽 등 해외는 물론 안방에서도 중국에 밀리고 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하웨이는 최근 KT로부터 50억∼60억원 규모의 광전송장비 납품계약을 따냈다. KT 관계자는 "국내 굴지의 통신장비업체들이 수주전에 참여했으나 기술력이나 가격에서 중국업체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첨단 통신장비 개발 기술력에서도 중국이 한국을 위협할 수준까지 따라온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