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2000년도 분식회계 규모가 당초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많은 1조4천여억원에 이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시 그룹계열사였던 현대건설의 자금난 여파로 경영에 어려움이 빚어지자 은행권으로부터 자금을 더 많이 지원받기 위해 적자규모를 줄이는 단순 분식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다. 일부에서는 현대상선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보낸 것으로 알려진 2천2백35억원 이외에 추가로 북한에 송금했거나 대북투자 손실을 가리기 위해 분식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2000사업연도에 3천1백4억원의 적자를 냈다. 당시 현대상선은 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 등의 자금난 여파로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 등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야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규모 적자를 낼 경우 회사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회계장부를 분식처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회사 밖으로 자금유출이 없는 장부상 분식회계로 볼 수 있다. 현대상선이 발표한 대북 송금액 2천2백여억원 외에 추가로 보낸 돈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황인태 금감원 회계감독 전문심의위원은 "현대상선이 내년초 공시하는 사업보고서에서 잔여분식 2천53억원을 모두 털어내면 집단소송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잔여분식을 털 경우 올해 순이익이 상당금액 감소할 전망이지만 이날 현대상선 주가는 잔여분식 규모가 시장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오히려 3.24% 상승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