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석자] 이호종 미래이노베이션 부사장 이용수 프랜빌 전무 이진로 조은세상 본부장 신우승 컴업코리아 이사 이경희 한국창업전략硏 소장 송교원 콤마푸드시스템 본부장 -------------------------------------------------------------- 올해 창업시장은 그야말로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내년에도 장사하는 사람들은 '소비 빙하기'의 고역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요즘 시장에서는 샐러리맨 생활을 그만 둔 사람들이 넘쳐나는데도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가맹점주 모시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그나마 창업을 하겠다는 사람도 실패한 선배들을 보고 선뜻 목돈을 내놓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1천개가 넘는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가맹점을 확장하지 못해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거기다가 세무당국은 세무조사의 칼날을 들이대 많은 본사들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세금을 추징받고 휘청거렸다. 일부 가맹점주들도 "본사 믿고 창업을 했는데 생활비도 못 건진다"며 본사에 원성을 퍼붓고 있다. # 올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프랜차이즈 본사 '본부장'들은 프랜차이즈 시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예비창업자들을 만나 상담하고,가맹점을 늘리고,가맹점주를 도와주는 슈퍼바이저를 양성하고,마케팅 전략을 짜고 집행하는 일들이 본부장의 몫이다. 어떤 오너의 경우 인사와 재무권한까지 주는 사례가 있다. 실질적인 사장 역할을 하는 셈이다. 본부장들의 모임인 'CMO클럽' 회원들과 지난 20일 서울시내 중림동 한 설렁탕집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는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도 회원 자격으로 참여했다. 안주용 수육 접시를 몇번씩 다시 데워야 할 만큼 시간이 지났다. 얘기는 우선 현재 창업시장에 대한 진단으로 출발했다. 이진로 본부장은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우리나라 창업시장은 현재 도입기를 지나서 성장기로 들어섰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본부장 하다가 CEO(최고경영자)로 올라가는 사례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게 그 증거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호종 부사장도 일정부분 동의했다. "현재 창업시장은 자본을 댄 오너와 본부장들이 끊임없이 갈등하고 타협하면서 끌고 가는 실정"이라면서 "본부장들이 대거 CEO로 진출하는 시기가 오면 창업시장도 성숙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 과당경쟁으로 시장발전 한계 송교원 본부장은 생각이 조금 달랐다. "프랜차이즈 시장에 돈을 대는 투자자들이 소규모 자본가에 불과해 주위의 말만 듣고 조급하게 돈을 모으려는 성향이 있다"는 그는 "이런 오너의 마인드와 더불어 과당경쟁 상황도 시장이 도입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나라 인구는 미국의 6분의1에 불과한데 음식점수는 똑같다고 말했다. 이진로 본부장도 한마디 더했다. "오너의 돈 욕심뿐만 아니고 창업컨설턴트나 언론도 공부가 부족하다는 점에서는 똑같아요. 상식적이거나 진부한 얘기,들으면 시간 아까운 얘기밖에 안 나오죠.이런 것들이 시장발전을 더디게 하는 것 아니겠어요." # 프랜차이즈 불신도 이해가 본부장들은 아직도 프랜차이즈 업체들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일반인들이 많다는 점을 인정했다. 신우승 이사가 먼저 운을 뗐다. "오너들이 브랜드 확대에 목을 매는 경향이 있는게 사실이에요. 두번째,세번째 브랜드들을 자꾸 만들어내다보니 맨 처음 만든 주력 브랜드 가맹점주들은 황당해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경희 소장이 보충 설명을 했다. 이 소장은 "결국 기업가 윤리로 연결되는 것 같다"며 "이제는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가맹점 모집 중심에서 가맹점 관리 중심으로 전략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는 가맹점을 많이 여는 본사가 경쟁력이 있는게 아니고 가맹점을 하나도 폐점시키지 않는 회사가 진짜 경쟁력 있는 회사라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가맹점 확대보다 관리 잘해야 내년에 어떤 사업들이 뜰 것인가 하고 화두를 던지자 업계 전문가답게 발언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말발이 센 편인 이진로 본부장이 선수를 쳤다. "매운 맛을 내는 불닭이 올해 엄청 떴는데 이미 성숙기에 들었다고 봐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수많은 불닭 브랜드가 새로 생겨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송교원 본부장도 거들었다. "올해 우후죽순 생겨난 돼지고기 전문점도 마찬가지 길을 걸을 것"이라면서 "돼지고기 대체재인 소고기를 값싸게 파는 가격파괴 소고기 전문점이 내년에 유망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호종 본부장이 뼈있는 말을 던졌다. "한류 열풍이 불고 일본에서 욘사마가 뜨면서 실제 돈 버는 사람들은 일본사람"이라며 "우리나라 사람은 그저 푼돈만 만지면서 괜히 흥분하는게 우습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자카야'처럼 일본에서 뜨는 아이템을 가져와서 연구하고 가공해서 글로벌화하는데 눈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경희 소장은 다소 다른 생각이다. 그는 "올해 유행한 업종이 내년에도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너무 한 업종에 몰리는 건 염려스럽다"고 했다. 기존에 장사하던 자영업자들이 점포를 리모델링하고 아이템을 바꾸는 업종전환은 내년 한햇동안 줄곧 붐을 이룰 것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송교원 본부장은 "같은 업종에서 브랜드만 바꿔도 하루 매출이 10만원이상 차이나기 때문에 경쟁력있?브랜드로 힘이 쏠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용수 전무는 "내년에는 리스크가 작은 소자본창업 아이템이나 공동창업 바람이 거세게 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신감만 믿고 퇴직금 전부를 투자하는 사람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는게 그 이유다. 예비 창업자들의 조심스런 태도 때문에 창업시장에서도 '한탕주의'가 기승을 부리기 힘든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신우승 이사도 생각이 같았다. "제가 운영하는 PC클리닉은 그야말로 소자본 아이템인데 최근 사업설명회에 89명이 몰려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올해의 경우 사업설명회 하면 20∼30명 오는게 일반적인데 비하면 대단한 반응이란 것이다. 생계를 위해 창업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하는 말도 많다. 이용수 전무는 "예비창업자들의 신중한 태도는 일단 바람직하다"면서 "새로 장사에 뛰어든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쟁상대가 구멍가게 아저씨나 시장아줌마가 아니라 학력과 지적수준,사회경험이 빵빵한 사람들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우승 이사도 "그렇지 않아도 자영업자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새로 창업하기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창업준비기간을 적어도 1년은 가져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본부장들은 시원하다는 표정이었다. 매달 한번씩 만나지만 4시간씩 얘기할 기회는 없었다는 거였다. 그들은 서둘러 말 보따리를 더 풀 장소로 옮겼다. 정리=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