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지지 않으려면 재정정책보다 규제완화 등 획기적인 투자환경 개선이 절실하다." 22일 오전 박승 한국은행 총재 주재로 한은 회의실에서 열린 월례 경제동향 간담회에 참석한 대학 교수,민간 경제연구소 및 경제단체 관계자 등 경제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한국 경제의 위기에 대한 해법을 이같이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내년에는 4% 정도의 성장이 예상되지만 중요한 것은 성장률 수치보다 성장의 내용"이라며 "기업과 가계,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기양극화와 고용사정 악화가 우리 경제의 최대 난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구조적인 한국형 불황을 해결하려면 과거 경기사이클상 순환적인 경기부진을 해결하는 방식과는 처방부터 달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정부의 재정·금리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은 순환적 경기부진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 해결책은 못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재정·금융확대를 통한 일본식 처방은 오히려 불황의 장기화를 몰고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구조조정 노력 없이 금융정책 수단을 동원해 단기부양에 치중한 결과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모든 정책수단을 일시에 동원할 것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정책수단은 남겨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기업투자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구체적으로 부품·소재산업 육성과 함께 관광 교육 의료 등 서비스산업 투자 확대를 위한 규제완화가 긴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참석자들은 환율 방향이 내년 경기에 중대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환율의 급변동을 막기 위한 정책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구조조정과 경쟁력 제고를 통해 수출 및 성장 주도산업으로 자리잡은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잘 키운다면 자동차가 제2의 반도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이규황 전경련 전무,이종화 고려대 교수,현오석 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남충우 자동차공업협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